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경매, 집을 낙찰받았습니다.
두근두근 경매 입찰일,
입찰가는 얼마를 써야 하나?
최초매각기일 이후 한 달이 조금 넘어, 이윽고 제가 등판을 결심한 두 번째 입찰일이 됐습니다. 바로 전날 입찰 금액으로 얼마를 적어야 하나 고민하느라 한 잠도 이루지 못했어요. 조금 더 저렴하게 사보려고 낮게 적었다가 기회가 날아갈까 두려웠고 반대로 너무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으면 속이 무척 쓰릴테니까요. 경매를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만약 신이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면 로또 당첨번호가 아닌 낙찰가를 알려달라고 할 거라던 이야기가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현장에서 허둥지둥 입찰표를 작성하다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 집에서 미리 준비했는데 집을 나서기 바로 직전이 돼서야 입찰가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로 정했냐고요? 밤새 한 고민이 무색하게 제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로 정했습니다. 결국에는 저 스스로의 행운을 믿어보고 싶었거든요.
아침 일찍 은행에 들러 입찰보증금을 수표로 준비해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법원도 제가 살고 있는 동네라 금방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난생처음 가본 법원이 경매 때문이라니... 법원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리더군요. 한눈에 봐도 경매 고수의 분위기를 풍기는 노신사부터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아주머니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 다 그 집을 입찰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야?'
난생처음 경매를 접하는 저에게는 모두 저와 같은 물건을 입찰하는 경쟁자로 보여 주눅이 들었어요. 집행관이 주의사항에 대해 고지를 한 후 입찰이 시작됐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찰표와 보증금을 봉투에 담아 투찰함에 넣었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죠. 결과가 결정되는 개찰을 기다리는 동안 소심한 제 마음은 별의별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조금 더 과감하게 높게 쓸걸 그랬나? 몇 백만 원 차이로 일생일대의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리는 거 아니야?'
'혹시 숫자를 실수로 잘못 적지는 않았을까? 한 번은 더 확인하고 입찰봉투에 넣었어야 했는데'
'경매는 처음 한 번에 낙찰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던데...'
드디어 개찰 시작되고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낙찰이 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에 환호성이라도 지를 줄 알았는데 왠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저 말고는 입찰자가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이번 매각기일에는 입찰차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예상 안에는 있었지만 정작 홀로 참여해 낙찰을 받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드디어 그 집이 내 것이 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혹시 내가 파악하지 못한 리스크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의구심이 동시에 들었거든요.
감사만 해도 모자랄 순간에 이런 배은망덕한 생각을 하다니... 인간의 마음은 이리도 간사한가 봅니다.
제 글의 주제가 부동산경매가 아니기도 하지만 오래전 단 한번 낙찰받은 일천한 경험으로 제가 여러분께 전문적인 경매 노하우를 전달해 드리기에는 부족함이 큽니다. 다만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당시 제가 가진 자금으로만 원하는 집을 마련하는 것은 몹시도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은행 대출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경매를 통한 부동산 취득의 최고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낙찰받은 물건으로 담보 대출을 받는 '경락잔금대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중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아파트는 지역 및 단지의 유사 매물의 비교 가능한 거래 사례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감정가가 객관적인 시세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같은 지역, 심지어 이웃집인 경우조차 가치가 천차만별인 단독주택이나 토지의 경우, 시중 은행의 감정평가 금액은 대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책정되는 경향이 큽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대출된 금액의 회수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나의 매입금액 대비 턱없이 적은 금액 밖에 대출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법원 경매에서의 감정평가는 해당 주택의 시장 가치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보다 많은 입찰자의 경매 참여를 유도하고, 돈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에게 최대한의 변제금을 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경매를 위한 감정평가로 결정된 금액을 '법사가'라고 합니다. 경락잔금대출을 받을 때 시중 은행은 이 법사가를 신뢰하고 이를 기준으로 대출 금액을 산정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감정가의 약 70% 또는 낙찰가의 약 80% 중 저렴한 금액이 대출 한도가 됩니다.(경락잔금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마다 더 높거나 더 낮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세가 5억 원인 단독주택을 취득한다고 하면
※ 계산의 편의를 위한 단순 비교입니다. 실제 대출에서는 본인 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환능력, 기존 부채 상황, 방공제 등 훨씬 더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담보대출을 받으면(매입가 5억 원)
감정금액 3억 원 → 대출가능금액 : 2억 1천만 원(감정가의 70%) → 내가 필요한 자본 2억 9천만 원
경락잔금대출을 받으면(경매낙찰가 5억 원)
감정금액 5억 원 → 대출가능금액 : 3억 5천만 원(감정가의 70%) → 내가 필요한 자본 1억 5천만 원
따라서 똑같은 부동산 매물이라도 경락잔금대출이 더 많은 대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매를 적극 활용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획득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죠.
제 사례를 참고로 말씀드리면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하고 몇 년 후 원래 있던 건물을 철거해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최초 경락잔금대출을 받았을 때와 부동산의 담보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에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다시 은행을 통해 감정평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더 크고 좋은 신축건물이 들어섰으니 당연히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연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은행에서 진행 한 감정평가는 오히려 경매물건일 때보다 가치를 낮게 평가해 곤란한 상황이 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다른 감정평가기관에 재 감정을 의뢰해 문제는 해결됐지만 저로서는 무척 난처하고 이해하기 힘든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