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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격리를 마치고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by gentle rain

민아,

8월의 첫날이네. 자동차 동아리실도 후덥지근할 것 같은데. 어때?

대학에서 맞이하는 첫방학인데 즐겁게, 보람 있게 지내는 것 같아 아빠도 좋구나. 다만 아빠가 코로나에 걸려 제주도 가족여행을 못 간 게 좀 아쉽기는 하다. 엄마 아빠 결혼 20주년을 기념한 여행이었는데 말이야. 또 기회가 있겠지?

앗, 오늘 용돈 주는 날이네. 잠시만... 입금완료!


자가격리 첫날은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아프더라. 침을 삼키려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열이 오르고. 셋째 날부터는 왼쪽 눈 흰자위에 구름을 그려놓은 듯 충혈이 되더구나. 살도 빠지고.

안방에 혼자 있으니까 성경도 읽고, 기도도 깊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겨우 큐티하고, 앱으로 말씀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고. 잘 안되더라. 아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획해보려고도 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안방에만 있었던 일주일 자가격리기간을 답답해하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어서 감사해. 엄마와 민, 현의 기도 덕분인 것 같아. 고마워!!!


자가격리가 끝난 다음 날, 바로 안과를 갔는데 전염성이 없는 결막염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진료를 마치며 의사 선생님이 노화로 인해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셨어. 백내장... 아빠와 관계없는 질병이라 생각했는데. 노화로 인한 백내장이라고?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노화라...

제주도 대신 간 속초여행에서도 여전히 몸이 무겁더라. 어제 사랑부 예배 축복의 시간에 찬양을 하는데 소리가 나지 않더구나. 지금 아빠의 목 상태로는 천천히, 작게 얘기할 수밖에 없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아빠에게 이런 목 상태를 허락하신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라고 하시는 것 같아.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지금 이 순간' 그 유명한 뮤지컬 곡을 잘 부르지 못하더라도, 가사를 외우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라고 하시는 것 같아.


"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후패(朽敗)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고후 4장 16절) 사도바울의 말씀처럼 낙심치 않고 겉사람의 후패를 받아들이고, 내면이 날로 새로워지는 삶을 꿈궈본다. 좀 더 웃으며, 좀 더 감사하며, 따뜻한 마음과 여유로운 눈빛으로 지금을 살고 싶다.


별처럼 빛나는 믿음직한 민아,

뜨거운 청춘의 순간순간마다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할 거야.

미국 할아버지가 보시면 아빠도 여전히 청춘이라 하시겠지?^^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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