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 rain Jul 19. 2024

"다이어리를 찾았습니다."

다시, 성장

  2024년을 맞이하며 제 생애 가장 비싼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계획 없는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인생을 바꾸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PLAN, DO, SEE라는 콘셉트로 이루어진 다이어리와 연계된 오픈채팅방에 가입하여 사용방법 등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밀하게 구성된 내용에 버겁데 느껴졌지만 새로운 도전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정확히 열흘 후, 매일 쓰던 다이어리는 듬성듬성해졌고, 2월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기록했습니다. 반팔을 입을 때부터는 다이어리를 책장에 모셔두었습니다. 2024년의 새로운 절반이 시작되는 7월부터 다시 가방에 다이어리를 넣었습니다. 다이어리가 '나 찾아봐라 한 걸까요?' 일주일 전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과 직장, 차 안까지 두루 찾아보았으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제작했다가 남은 업무용 다이어리라도 써볼 생각으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학기말이라 업무가 많아진 아내는 늦은 귀가를 했습니다. 아내와 우리 집의 총자산인 집 한 채를 정리하는 방법을 상의했습니다. 6년 전 경기도 외곽의 미분양아파트를 영업사원의 수려한 말을 믿고 덜컥 매매한 집. 임차인과 전세계약이 두 달 후에 끝납니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집이 나가질 않습니다. 지금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전세 집의 계약은 내년 2월 만기여서 그 간극을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제 바람은 분양받은 집을 팔고, 생활근거지의 집을 매수하여 주거에 대한 고민 없이 주~욱 사는 것입니다. 속 시원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답답한 감정을 풀고 싶었습니다. 막내를 따라 단지 내 헬스장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기구를 활용하여 근력운동을 했습니다. 트레드밀에서 만보도 채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여보, 나 다이어리 잃어버렸어요. 암만 찾아도 없네."

"저기 책장에 있는 거 아니에요?" 

 아내의 말에 책장 위의 책과 책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다이어리를 찾았습니다. 

"고마워요, 내가 찾을 때는 없었는데..."

아내는 제 물건을 정말 잘 찾습니다. 다이어리를 찾으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집 문제도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 아싸!


  다이어리를 다시 쓰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후회가 많아서일까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일까요? 요즘 유행하는 갓생 살기는 아니지만, 성장에 도움이 되는 기록을 종이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성장하고 싶은 걸까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의 '자아실현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경제와 관련된 영역은 정말 잘 모릅니다. 미국 달러가 오르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살던 곳마다 떠나온 후에는 집값이 몇 배로 뛰었습니다. 저와 달리 첫째는 AI로 세상이 급격히 변할 것이라며 엔비디아 주식에 대해 2년 전에 이야기했만 저는 주식계좌도 없습니다. 이제야 주식을 샀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할 뿐입니다. 

 그뿐 아니라 디지털 영역도 정말 잘 모릅니다. 제개 대학생 때는 PC 가격이 떨어지면 사야지, 성능이 더 좋아진다던데... 미루고 미루다 컴맹이 되었습니다. 디지털 관련된 실습 위주의 연수를 들을 때는 강사의 설명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집에 와서는 컴퓨터를 다시 열어보지도 않았고요. 


  아내 덕분에 다이어리를 찾았습니다. 다이어리를 쓰며 시간관리를 다시 하고자 합니다. 관리하는 시간을 통해 제게 필요한 경제와 디지털 분야를 배우고 활용하려 합니다.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 허비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합니다. 


 다이어리와 사이좋은 친구 되어 어제보다 넓고 깊어지는 나를 꿈꿉니다.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작가의 이전글 세탁기를 돌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