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의 마지막 밤
2주간의 길고도 짧기만 했던 여행이 끝났다.
우리는 이 여행 내내 단둘이었다.
단둘이, 즐거웠다가 기뻤다가 신났다가, 때론 힘들었다가 섭섭하기도 했다.
대단한 것도 아닌 걸로 대단히 싸우던 날 밤,
한바탕 울음을 터트리고 나니 침대에 걸터앉아
말없이 멀거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해맑의 뒷모습이 보였다.
해맑이 바라보고 있던 창밖은,
해맑이 함께 보고 싶어 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지막 밤, 야경이었다.
그 뒷모습을 보니 문득 정신이 들었다.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지.
무엇이 무엇이었는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마도 이 여행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축소판이었을 것이다.
즐거웠다가 기뻤다가 신났다가, 때론 힘들었다가 섭섭하기도 할 것이다.
대단한 것도 아닌 걸로 대단히 싸웠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다시 행복할 것이다.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