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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작가 Sep 27. 2021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

신혼여행의 마지막 밤



   

2주간의 길고도 짧기만 했던 여행이 끝났다.

우리는 이 여행 내내 단둘이었다.

단둘이, 즐거웠다가 기뻤다가 신났다가, 때론 힘들었다가 섭섭하기도 했다.

대단한 것도 아닌 걸로 대단히 싸우던 날 밤,

한바탕 울음을 터트리고 나니 침대에 걸터앉아

말없이 멀거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해맑의 뒷모습이 보였다.

해맑이 바라보고 있던 창밖은,

해맑이 함께 보고 싶어 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지막 밤, 야경이었다.

그 뒷모습을 보니 문득 정신이 들었다.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지.

무엇이 무엇이었는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마도 이 여행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축소판이었을 것이다.

즐거웠다가 기뻤다가 신났다가, 때론 힘들었다가 섭섭하기도 할 것이다.

대단한 것도 아닌 걸로 대단히 싸웠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다시 행복할 것이다.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






해맑이 함께 보고 싶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지막 밤, 야경
이 아름다운 야경을 눈 앞에 두고 우리는 어리석게도 싸웠다
지구 한바퀴 만큼 멀어지지 말자 
다음 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침은... 신기하게도 핑크빛이었다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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