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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작가 Jun 24. 2021

서울에는 왜 대관람차가 없을까?

런던아이 탑승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대관람차가 있다면 정말 멋질 텐데! 한강 불꽃놀이를 하는 날 대관람차를 타고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대관람차를 타고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다면 서울이 좀 더 낭만적인 도시가 될 텐데. 해맑의 친구 중에는 대관람차 덕후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대관람차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대관람차를 쉽게 만들지 못하는 것일 거라 했다 한다.



오사카 덴포잔 대관람차 (왼) / 홋카이도 대관람차 (오)
도쿄 오다이바 대관람차 (왼) / 헬싱키 스카이휠 대관람차 (오) *출처: Unsplash



  내가 여행한 도시에는 대개, 대관람차가 있었다. 오사카에도, 도쿄에도, 홍콩에도, 방콕에도, 헬싱키에도, 홋카이도에도. 나는 대부분 대관람차에 올랐다. 동그란 다람쥐통 같은 곳에 들어가 둘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있으면 둥실, 둥실, 흔들리며 하늘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대관람차.

  문득 고등학생 때가 기억난다. 친구들과 함께 간 에버랜드에서 대관람차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딱 한 명, 나 혼자뿐이었다. 놀이기구라기엔 스릴도, 격한 감동도, 짜릿한 맛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대관람차를 사랑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무릎을 맞대고 앉는 것도 좋고, 둥실둥실 하늘 위로 올라가는 기분도 좋고, 보이지 않던 풍경이 조금씩, 멀리, 더 멀리까지 보이는 게 좋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도는 몇 분 사이, 왠지 모르게 비밀스러워지는 대화도 좋고, 바람이 불어 덜컹- 할 때 나도 모르게 함께 탄 사람의 손을 붙잡게 되는 마법도 좋다. 마주 앉았다가 나란히 앉을라 치면 관람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격하게 끼걱대는 소리도 좋고, 앉은 쪽으로 아찔하게 기울어지는 것도 좋다(보통은 안전상의 이유로 자리이동을 금하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왜 서울에는 대관람차가 없을까. 너무너무 슬픈 부분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런던아이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런던아이 대실패의 밤


  사실 이 날 런던아이를 타기까지 '런던아이 대실패기'가 숨어 있었으니...

  웨스트민스턴 역에서 우연히 빅 벤을 만났던 날 밤, 사실 우리는 스카이가든에서 야경 보기에 실패한 걸 만회하기 위해 런던아이를 향하고 있었다. 기필코 이 날만은 런던의 야경을 보리라 굳은 의지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이 날은 런던의 마지막 밤이었으니까.


  우연찮게 빅 벤을 마주하고 정신없이 황홀경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눈을 떼기 힘든 빅 벤을 뒤로하고 런던아이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7시 반. 런던아이 탑승시간이 끝난 시간이었다. 당연히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인에게 저녁 7시 반은 이제 막 활동하는 시간이 아닌가. 그러나 이곳은 런던. 유럽이라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하릴없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황홀하게 아름다운 빅 벤을 보여주려는 신의 뜻이 아니었을까, 위로하며.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런던아이 운행시간부터 검색했다. 런던아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사전에 예약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역시. 예약은 필수다. 이렇게 또 한 번 배운다.



다음 날. 런던아이를 타기에 최적의 하늘을 선물해 준 런던 :)



  런던아이는 1999년 영국항공이 밀레니엄 시대를 기념하여 만들었는데, 높이 135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수 관람용 건축물이다. 처음에는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려고 했는데, 영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되면서 2002년부터 영구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제는 빅벤, 타워브릿지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영국의 한 기업이 새천년을 기념해서 이렇게 멋진 건축물을, 심지어 놀이기구를 만들었다는 것도 감동적이고, 그것을 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서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게 된 것도 감동적이다. 런던아이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런던아이 캡슐



  런던아이 캡슐 하나에는 총 스물다섯 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가 탄 캡슐에는 우리 뿐만 아니라 중국 말을 쓰는 사람, 프랑스 말을 쓰는 가족, 스페인 말을 쓰는 커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탔다. 그런데 죄다 빅벤이 내려다보이는 유리창에 붙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모든 여자들이 다 전투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같이 온 남자에게 카메라를 내밀었다. 모두가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하며 여러 장을 찍고 나서야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는 죄다 다시 유리창에 붙어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었다.      

  뭐... 나라곤 다를 게 없어서 나도 역시 그런 순서로 사진을 찍었다.

  왠지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구나, 싶어 런던의 풍경보다 런던아이 안의 풍경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창문에 붙은 귀여운 사람들과 해맑 :)

               


 

 런던아이는 휠의 양쪽으로 지지대가 있는 게 아니라, 휠의 뒷면에 2개의 대리와 3개의 와이어가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다들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을 바라보고 있는 휠의 앞쪽엔 지지구조물이 전혀 없다!) 이러한 구조물은 건축학적으로 엄청난 기술이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이런 구조의 대관람차는 전 세계에서 런던아이가 유일하다고 안내원이 설명해줬는데 다시 자료를 찾아보자 하니 왜 안 나오는 걸까...)

  또한 바큇살이 모두 '기둥' 아닌 '와이어' 되어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가운데가  뚫린 것처럼 보인다. 2000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대관람차로 기록 되었으나, 중국의 난창지싱, 싱가포르의 플라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이롤러에  기록을 넘기고 현재는 '유럽에서 가장  대관람차' 이자 '계에서 가장  외팔보형 대관람차'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런던아이에서 내려다본 풍경
런던아이에서 내려다본 풍경
런던아이에서 내려다본 풍경. 아름다운 빅 벤이 내려다 보인다
런던아이에서 본 템즈 강
런던아이 내부




  그렇게 30분 동안 런던의 하늘 위로 떠올랐다 내려왔다.

  짧지 않은 시간인데도 짧게만 느껴지는 아쉬움은 아마도 완벽하게 파-란 하늘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 참 런던아이 타기 딱 좋은 날씨군




런던아이 티켓 예약은 필수!
https://www.londoneye.com 

런던아이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티켓은 일반 티켓과 패스트 티켓이 있는데, 웬만하면 패스트 티켓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자에겐 돈보다 시간이 더 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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