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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작가 Jun 22. 2021

다시 런던에 간다면 BAO(바오)를 먹으러 갈 거야

이것은 바로 BAO 예찬론

                         

  ,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있을까. 어떤 말로 설명해야 그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표현할  있을까 고민과 걱정이 앞선다. 내가 만약 이영자 씨였다면 이것에 대해서  확실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할  있었을 텐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설명하는 맛을 듣다 보면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어김없이 배가 고파진다. 전에는  채취한 송이를 넣고 끓인 송이라면 편을 보다가 해맑이 자다 깨서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것에 대해 그만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차오른다. 지금부터 얘기할 이것, 난생처음 먹어  이것은,   해맑과 내가 선정한 ‘올해 가장 맛있었던 음식 BEST 1’ 꼽힐 만큼 최고의 음식이었다.              



운명처럼 만난 가게, BAO



  비가 그치고 황금빛으로 빛나던 햇빛이 사위어가던 무렵, 우리는 가게 입구에 도착했다. 오픈 시간에서 한 15분 정도 뒤에 도착했는데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싶어 가게 앞을 서성였더니 직원이 나와서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가게의 캐릭터가 그려진 표지판이 있었는데 세상에, 벌써 4팀이 대기 중이었다. 연애 시절부터 익히, 해맑과 맛집 앞에서 대기하다가 싸운 이력이 있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다른 데 갈래?"      

  "아니야, 기다렸다가 먹어 보자."

     

  웬일로 해맑이 먼저 기다려보자 했다. 해맑은  해맑고 다정하다가 아주 가끔 툴툴거릴 때가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바로는 교통체증이 심할 때와 맛집에서  시간 넘게 대기할 때다. 세상 누가 이런  참겠냐 싶지만, 후자의 경우에 있어서 나는 아주  참는 편이다. 특히나 여행지에서는 더더욱  참는다. ‘내가 언제  여길 와서 이걸 먹어 보겠나싶은 마음이 앞서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있다. 여행에서 누릴  있는  가지 기쁨은 이국의 풍경과 쇼핑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이란 내게 중요한 요소다(그렇다고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풍경이 아쉬울  다큐멘터리로(물론 직접 가는 것보다야 한참 못하지만), 쇼핑이 아쉬울  해외직구로 충족할  있다 해도, 음식은 대체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산지에서 재료를 수급해서  나라 사람이 만든 음식이라도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은 이미  맛을 뛰어넘기가 힘들다. 아마도 그건 ‘여행의 기분이라는 조미료가 빠져 있기 때문이리라.      




  어둠이 짙어질수록 반대편 가게는 더욱더 환하게 빛났다. 길 건너편에서 바라다보는 가게는 작고 소담해 한눈에 들어왔다. 창가에서 입을 쩍- 쩍- 벌리고 먹는 사람들, 그 뒤로 디귿자 형태의 바 테이블을 가득 채운 사람들, 바 테이블 안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까지. 우리 뒤로도 계속해서 줄은 늘어났고, 모두가 성냥팔이 소녀들처럼 가게 안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가게 간판은 단출했다. BAO. 우리가 오늘 먹을 음식의 이름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대만식 찐빵가게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찐빵의 생김새가 아니었다. 납작하고 도톰한 하얀 빵에 소를 넣어 반쯤 접어 올린 형태였는데, 캐스터네츠 안에 소를 얹은 모양이랄까. 생김새가 특이했다. 사진으로는 크기를 가늠할  없었는데 후기를 찾아보니 하나같이  생각보다 양이 적고 비싸다는 평이 많았다. 손바닥 위에 올리면 올라갈  있을 정도의 크기 같았는데, 하나에 5~6 원이었다. 햄버거도 아니고 손바닥만  찐빵 하나에 5~6 원이라니.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란 이런 것인가, 그런데도 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오픈하자마자 대기 줄이 생길까, 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증만 커져갔다.      


바오 주문서와 음료, 굿즈 주문서.
한 장씩 들어 있는 물티슈. 이런 깜찍한 디자인에 영혼을 잃는 편.



  40 만에 드디어 가게 안으로 안내를 받았다. 가게 유리창이 보이는  테이블 자리였다.  가지의 주문서와 물티슈가 나왔다. 물티슈에는 엄지와 검지로 바오를 잡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검은색 사인펜으로 그린 듯한 깔끔한 그림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주문서에는 영어와 한자로 메뉴가 적혀 있었는데, 바오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식 요리들도 있었다. 바오 가게에선 바오를 먹어야지! 1 1바오를 하려다 아쉬워서 하나를 더해  3개를 주문했다.  6가지  중에 우리가 주문한 맛은 클래식, 지방 기름으로 익힌 돼지고기, 그리고 튀긴 닭이었다. 주문이 밀렸는지 약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바오가, 나왔다.      

  하얀 접시에 하나씩 담겨 나온 바오. 돼지고기가 든 것은 일반적인 하얀 바오에, 튀긴 닭이 든 것은 깨가 들어가 약간 검은 바오에 나왔다. 

  하얀 바오는 입을 - 크게 벌리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여주는데, 일단 켜켜이 쌓인 돼지고기  점이 중심을 잡고 있다.  위로 소스가 발라져 있는데 윤기가 촤르르르르르 흘렀다. 마지막으로 바삭~바삭~ 식감을 살려줄 말린 양파가 고명처럼 얹어져 있었다. 마치 아기 조가비가 - 하고 입을 벌린 듯이 귀엽고 앙증맞게, 하지만 속은 알차게 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걸   싸악- 베어 물면, 일단 깜짝 놀라게 된다. ? 소를 싸고 있는 바오가 찹쌀떡 뺨칠 만큼 쫄깃하기 때문이다. 이건 분명히 호빵이나 꽃빵 같은 비주얼인데, 쫄깃하고 쫀쫀한 식감이 아주 훌륭하다.  뒤에 이어지는 돼지고기의 부드러움! 촉촉하고 부드럽게 잘리는  식감은 차라리 조금 질겼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다. 질기면  끊어져서 이걸 내가  입에  먹을  있으니까! 그렇게 입안에서 오물오물하다 보면 쫄깃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감칠맛 나는 소스 , 향긋한 고기 , 그리고 이걸 한데 뭉쳐주는  맛이 아주 기가 막힌데, 말린 양파의 역할은 어금니 사이에 부딪혀, 바삭, 바삭, 폭죽처럼 터진다.      


  튀긴 닭이 들어간 바오는, 두유에 재워둔 치킨 튀김과 매운맛이 나는 사천식 마요네즈, 대만식 골든 김치와 고수가 참깨 빵에  덮여 나왔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 햄버거처럼 빵이 위아래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마도 튀김이 부피가 커서 빵이 붙어 있으면 한쪽은 빵만 먹게 되거나 튀김이 튀어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대만식 골든 김치란, 야채를 참기름과 참깨 페이스트, 발효 두부로 절인 일종의 피클인데, 엄밀히 말하면 김치와는 다르다. 김치는 발효식품인데 반해, 대만식 골든 김치는 절임 식품이다. 김치가 대만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는 대만 사람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음식이다. 참기름과 참깨 페이스트, 당근이 들어가 황금빛이 도는 데서 ‘golden kimchi’라는 이름이 붙었다.

  재료 설명은 이쯤 하고, 침이 뚝뚝 떨어지니 이제 한 입 먹어볼 차례! 호빵의 표면처럼 매끈한 빵의 촉감이 좋다. 튀김은 와삭~~ 소리를 내며 입안에 들어온다. 닭고기의 육즙과 튀김의 바삭한 맛! 그리고 튀김 기름의 느끼한 향이 올라오기도 전에, 사천식 마요네즈와 골든 김치가 상쾌하게 싸악~ 잡아주는 센스! 맛의 센스와 밸런스가 입안의 침샘을 모두 폭발시켜버린다.

      

Confit Pork BAO(왼) / Fried Chochen BAO(오)


   개의 바오가  눈보다  빨리 사라졌다. 한입에 넣고 먹어도 성에   것인데 이걸  입씩 나눠 먹었으니. 혀를 농락한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탕탕 내리치며 ‘여기 하나씩 더요!’ 외치고 싶었지만 살인적인 가격에 약간 멈칫했다. 그래, 일단 하나가  나올 거니까 참고 기다려 보자.


  이 가게엔 바오를 먹는 남자의 옆모습 그림이 마스코트처럼 여기저기 보였다. 한 손에 든 바오가 남자의 입 안에서 베어 물기 직전의 모습이었는데, 팔(八) 자로 꼬리가 내려간 눈썹이 매력적이었다. 처음엔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바오를 먹어보고 나니 절로 그런 표정이 되는 것이다. ‘어쩜 이리 황홀한 맛이 다 있을까!’ 싶은 그런 표정. 혀끝을 스쳐지나간 바오의 맛을 떠올릴 때마다 눈썹이 절로 움직였다.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보며 웃었다. 그때쯤, 마지막 바오가, 나왔다.


  마지막은 클래식 바오. 삶은 돼지고기 위에 발효 콩을 얹고 약간의 고수가 들어 있었는데,  위에  눈이 덮인  포슬포슬하게 땅콩가루가 내려앉아 있었다. 이것 역시 조가비처럼 입을 - 하고 벌리고 있었는데,  번째로 보게 되니 앙증맞고 귀여운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입에 먹기에도 부족한 바오를 반씩 나눠 천천히 음미했다. 쫄깃한 빵과 돼지고기 맛이 하나로 뭉쳐질  발효된 콩의 고소하고 상큼한  뒤에 고수 맛도 느껴졌다. 평소라면 고수 이파리 하나도 싫어하는 나는, 왠지  맛의 조화 속에서 고수를 없애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안을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땅콩가루가 마지막까지 고소함을 꽈악 쥐여주었다.


  그렇게 바오는 입안에서 사라졌다. 삼킨 기억이 없는데 목구멍 속으로 꿀떡, 넘어가 버렸다. 아쉬웠다. 너무나도 아쉬운 맛.      


Classic BAO




  "세상에, 우리는 왜 이걸 몰랐을까!"

  아쉬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한국에서도 먹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다시  런던에 오게 된다면,  이유는 바로  바오를    맛보기 위함일 것이다. 이렇게 런던에 다시 와야  이유  개쯤을 이렇게  남겨두었다. 그리고  감동적이고 환상적인 맛을 잊지 않기 위해 바오를 먹는 남자가 그려진 에코백을 기념품으로  왔다. 그리고  남자는 지금 우리  부엌에서 매일매일 바오를 먹고 있다.                          



지금 우리집 부엌에서 여전히 바오를 먹고 있는 아저씨 :)




우리가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서울에 이런 스타일의 바오를 파는 가게가 최초로(!) 하나 생겼다. 이 가게를 발견하자마자 초흥분 상태가 되어서는, 당장이라도 한달음에 달려가 한입에 먹고 싶었는데 꾹꾹 참았다. 12월 31일이 될 때까지. 그리고 우리는 결혼 첫해, 마지막 날, 마지막 음식으로 바오를 먹었다. 이곳의 바오도 훌륭했지만, 런던에서 파는 바오의 맛과 비교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거기엔 ‘여행의 기분’이라는 조미료가 빠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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