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쏭작가 Jun 21. 2021

English Breakfast

호사스러운 아침



  부스스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나가는 길.


  밤새 묵직한 비트가 흐르던 호텔 1층 라운지 바에도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호텔 문을 열고 나서니, 딱 정신을 차릴 만큼의 차가운 공기. 밤의 열기가 식은 도로. 출근길을 재촉하는 발걸음들 사이로 우리의 발걸음은 왈츠처럼 흐른다.


  오늘은 호텔 조식 말고 블랙퍼스트를 먹어보자 하고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길 건너에 카페, 카페 건너의 카페 곳곳에 블랙퍼스트 메뉴가 있었다. 마음에 담아 둔 카페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카페 앞에 다다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멋져서 놀라웠다. 창문을 따라 야외테이블을 놓아두고, 입구 옆에는 신선한 야채들을 나무상자에 진열해 두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선한 유기농 식료품들이 가득했는데 할머니의 보물창고에 들어온 것 마냥 신이 난다.




  식품진열대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블랙퍼스트 뷔페 테이블이 나온다. 우유, 두유, 아몬드 우유 총 3가지 종류의 우유와 갖은 곡물류와 견과류, 말린 과일들과 절인 과일들, 삶은 콩까지! 시리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멋진 토핑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크로와상이나 파운드케이크들도 여러 종류가 구비되어 있다. 오늘이 이곳에서 마지막 아침인 게 너무나 아쉬울 정도다. 오후엔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로 옮겨야 한다.




  직원에게 창가 자리로 안내받고 복잡한 메뉴판을 들었다. 블랙퍼스트를 먹으러 오긴 했는데 뷔페 메뉴도 훌륭해서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위가 2개라서 다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면 둘 다 먹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어린애 같은 투정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이럴 땐 원래 먹기로 했던 걸 먹는 게 제 일 후회가 덜하다. 나는 가게 이름을 딴 블랙퍼스트 메뉴로, 해맑은 햄버거 스타일의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창밖을 내다보는데 정장을 입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이따금씩 지나간다. 출근 시간에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블랙퍼스트를 기다리고 있다니! 호사스러운 아침이다.








이전 16화 런던의 사랑스러운 버스 운전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