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어둠은 보랏빛이었다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4

by 쏭작가






바릴로체의 밤은 언덕 위에서부터 내려왔다. 마을의 유일한 쇼핑거리에서 초코 파르페를 사 먹고, 우리는 조금 더 언덕 위로 올라왔다. 호수까지 쭉 뻗어 내려간 길모퉁이에 작은 펍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는 길이 내려다보이는 펍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맥주가 줄어들어가며 유리컵에 하얀 테두리를 남겼다. 하늘엔 해가 지며 남긴 붉고 노란 테두리들이 생겼다. 어둠에 밀려나는 빛의 테두리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해는 호수 너머로 사라지고도 한참이나 어둠을 붉게 물들였다. 한동안 어둠은 보랏빛이었다.


어둠으로도 햇빛으로도 말할 수 없는 시간들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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