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는 즐거운 산책, 바릴로체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3

by 쏭작가



가끔 골목을 걷다가 잘 모르는 샛길로 걸어보는 걸 좋아한다. 삼청동이나 종로, 연남동, 망원동은 아무 곳으로나 걷기 딱 좋은 동네다. 잘 모르는 샛길을 걸어도 꼭 샛길의 끝은 내가 아는 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을 잃으며 무작정 아무 골목이나 쏘다니다 보면 뜻밖의 예쁜 가게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가게에 들어가 맛있는 걸 먹는 기분은 그날의 가장 큰 행복이 된다.


바릴로체에서도 그렇게 길을 잃으며 걸었다.

해맑과 함께 해가 질 때까지.





숙소에서 걸어 내려오면 바로 바릴로체 시민회관이 나온다. 스위스 사람들이 정착해 만든 마을이라 그런지, 건물만 보면 스위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벽돌과 통나무로 만들어진 건물 덕분인지 바릴로체는 동화 속 마을 같다. 시민회관 옆쪽으론 길게 상점가가 늘어서 있고, 밑으로 내려오면 호수가 있다.



우리는 언덕을 걸어 내려와 바다 같은 호수 앞에 당도했다.




나우엘 우아피 호수는 바다처럼 푸르고 넓었다. 바람이 부는 덕에 진짜 바다처럼 잔잔한 파도가 쳤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수영을 하거나, 일광욕을 하거나, 더러는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깨에 도넛 상자를 멘 아저씨도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오후. 산책을 하던 개들도 풀밭 위에 널브러져 단잠에 빠져 있다.




바릴로체를 아름답게 품고 있는 호수.

우리는 이 호숫가에 나란히 서서 신혼여행 처음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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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을 보더니 반가운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 개 한 마리.

온몸을 비비며 어찌나 반갑게 인사를 하는지, 지나가던 아르헨티나 아저씨가 알면서도 ‘너네 개니?’하고 농을 던졌다. 우리가 횡단보도를 건너니 함께 따라 건너고, 풀밭 위에 누우니 한참이나 곁을 나누던 멍멍이.


개띠라 그런가,

유독 개들에게 인기가 좋은 해맑이다.








호수에서 다시 광장으로 올라와 이번엔 상점가로 향했다.



지갑이 털릴만한 귀여운 상점들을 무사히 지나고




정확한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산책길.




뜻밖의 맛있는 동네 빵집을 발견한 순간!




귀여운 아가도 만나고




플리마켓에서 바릴로체를 기념할 만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둘러보다가 우리는 이것을 샀다. 바람에 흔들려 반짝반짝 빛을 내던 썬캐쳐. 이곳의 하늘과 햇살과 바람이 담겨 있는 것만 같은 썬캐쳐. 바릴로체 기념품으로 딱이었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이 유명한 곳에서 안 먹어 볼 순 없지! 여러 초콜릿 가게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에 갔다. 매장도 굉장히 크고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종류도 꽤 많았다. 해맑은 아이스크림을, 나는 프라푸치노를 먹었다. 초콜릿은 다음 날 공항에서 마트료시카 인형 모양으로 된 마무쉬카 초콜릿을 샀다.




그렇게 이곳저곳 골목을 쏘다녀도 다시 돌아온 곳은 바로 이곳. 시민회관이 있는 곳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건물은 경찰청 건물이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경찰청이 또 있을까. 동화 속에 나오는 경찰서가 이렇게 생겼으려나.


아무렇게나 돌아다녀도 같은 곳이 나오는 곳.

바릴로체는 산책하다 길을 잃기 참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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