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4
이곳의 집들은 모두 작고 귀여워, 그림책에나 나올 법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아니, 어쩌면 그림책을 그린 화가들이 이곳의 집들을 보고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이라 뾰족한 지붕을 머리에 얹은 작고 아담한 집들.
아파트가 아니라, 이런 집에 살면
진짜로 우리 가족의 작은 보금자리 같은 느낌을, 안식처라는 느낌이 들 것만 같다.
발길 닿는 대로, 동네 개들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골목을 쏘다녔다.
아침 공기가 차갑고 상쾌했다.
동네 산책을 하자, 어디선가 개들이 아침잠을 털어내고 툴툴툴 달려 나온다.
보고 싶었다는 듯, 지난밤이 길었다는 듯,
꼬리를 흔들고 얼굴을 부비고 잔뜩 애정을 쏟아낸다.
처음 본 사이면서.
개들은 기꺼이 우리의 산책에 동행해 주었다.
동네를 알려주듯이, 우리는 개들이 이끄는 대로 산책했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숨을 내쉬며 가장 오래 우리와 함께 산책한 검은 개,
그 검은 개에게는 '개입김'이라는 별명도 붙여주었다.
사랑스러운 우리의 개입김이.
개입김이가 보고 싶다.
저 길 끝에서 자기만 한 배낭을 메고 누군가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가까워져 오니 누군지 알겠다.
어제 우리와 컵라면을 나눠먹은 청년이었다.
"지금 출발하세요?"
"네, 일찍 서둘러보려고요."
"오늘은 어디로 가세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터미널로 가서 한 번 고민해보려고요."
"우와... 부럽네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청년의 고민과,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느낌이 오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불과 1시간 뒤의 인생도 알 수 없이 길을 떠나는 저 청년의 청춘이 부러워,
해맑과 나는 그 청년을 부러운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좋은 여행 되세요!"
청년은 터미널 쪽으로 다시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자신을 이끌고 거침이 없었다. 내가 20대 때에는 왜 저러지 못했을까. 무언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불안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두렵고 막막해 늘 무언가를 정해두었다. 내가 정해둔 길을 걸어 30대에 당도한 나는, 그렇게 방황하지도 실패하지도 늦지도 않게 30대에 도착했다. 모험과 도전과 부딪힘 없이. 그러나 저 청년은, 아무런 계획 없이 터미널로 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모험과 도전과 걱정을 거침없이 부딪혀가며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방황하고 실패하고 넘어지더라도, 저 청년은 반드시 어딘가로 도착할 것이다. 멋지고, 단단하게.
멀어지는 청년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봐 주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