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 중 어느 순간, 요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머문 숙소는 까탈루나 광장 근처의 번화가에 자리 잡은 아파트였다. 아파트라 하더라도 그리 높은 건물은 아니었고, 숙소는 유럽 특유의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를 가진 7층 건물 중 3층에 있었다. 아파트 로비에서 나는 ‘Yoga’라는 글씨를 보았다. 친절하게 캐리어를 들어주시는 숙소 사장님께 “이 건물에 요가원이 있나요?”라고 물었던 게 시작이었다. “아. 있어요. 저희 숙소 바로 옆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가 원데이클래스를 하고 싶어 하는 내게 요가원에 물어보시고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는 링크를 받아 보내주셨다. 클래스 스케줄을 살펴보며 수업을 예약한 날은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의 오후였고, 화려한 바르셀로나 거리를 매일 걷다 무척 지쳤을 때였다. 다음날이면 세비야로 떠나야 하는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시간이 조금 벅찼다. 따사로운 날씨 속 눈부신 햇살 아래 화려한 건축물과 많은 사람들 사이를 매일 많이 걷다 보니 몸속의 에너지가 하루하루 야금야금 고갈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요가 수업은 스페인어로 진행되었다. 몸집이 작고 자상해 보이는 요가 선생님께 나는 ‘KIM’이라고 이름을 알려드렸다. 나 외에 3명의 스페인 여자들과 함께 매트를 깔고 요가 수련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받았던 수련과 비슷한 형태였지만 처음 보는 아사나도 있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도 함께 한 수련은 그다지 힘든 아사나없이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해 혼자 헤매고 있으면 영어로 다시 알려주시는 선생님의 따뜻한 에너지가 내 곁으로 전해져 왔다.
마지막 사바아사나 동작에서 선생님은 인센스를 피우고 요가원의 불을 끄셨다. 눈을 감은 채 몸에 힘을 빼고 편안히 누웠다. 은은하게 만다라가 들렸다.
여행의 피로와 낯선 곳에 있다는 설렘과 두고 온 그리운 것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떠올랐다. 두려움도 불안함도 외로움도 잔잔해져 갔다. 들떠서 조급해지는 마음도 사라져 갔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나의 생각과 호흡이 존재할 뿐이었다. 가우디의 멋진 건물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도시 한 켠에서 고요히 마음을 채우는 순간이었다.
‘KIM!’, ‘innerpeace!’, ‘relax!’ 라고 눈을 마주치며 웃어 주시던 선생님이 이제 이곳에서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