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세게 닫던 나- 저 아니에요! 쏘리!
아직 오십도 안 됐는데 작년부터 슬금슬금 갱년기 증상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늘어난 얼굴의 주름과 백발에 가까워진 흰머리들.
안경을 썼다 벗었다 반복하다가 지난주에는 결국 테무에서 안경 줄까지 주문하고 말았다.
요즘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 온통 "아프다", "어느 비타민이 좋다더라" 같은 이야기뿐이다.
꽃, 강아지, 고양이, 그리고 건강...
우리의 관심사가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
눈물은 많아지고 기억은 가물가물해서 점점 '가물치'가 되어가는 중이다.(이런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일인).
그런데, 나는 아이들이 참 좋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의 이런 모습에 깜짝 놀란다.
“네가 결혼해서 애를 셋이나 낳고, 그것도 모자라 애들 보는 일을 한다고?”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아이들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킨더반 아이들의 반짝이는 호기심이 너무 귀엽고 그 끝없는 상상력은 언제나 부럽다. 덕분에 나 역시 이 ‘킨더랜드’ 안에서만큼은 자라지 않는 피터팬이 된 기분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킨더 애들의 이쁨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정작 내 아이 셋을 지지고 볶던 그 시절과 그때 나의 젊음은 왜 이리 가물가물해지는 걸까?
그래서 그 소중한 기억들을 붙잡아두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망설임이 컸다. 다들 대단한 작가님들 같은데 내가 감히 여기에 글을 써도 될까 싶어서…
나는 문학소녀도 아니었고 학교 다닐 땐 교과서와 패션 잡지만 보던 사람이었으니까.
처음에는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좀 더 '작가스러운' 표현을 쓰고 싶어서 Chat GPT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내 글의 열혈 독자인 둘째 언니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냉장고 문을 세게 닫는 날’이라니... 이거 너 아니야! 이상해!”
언니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나는 그런 우아한 수식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지. 그래서 이제는 고민을 멈췄다.
딱 우리 킨더반 아이들 수준으로 내 목소리 그대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사람들이 아니 나의 독자들이 내 글에 ‘하트’를 눌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어찌나 신나는지 모른다. 쉰을 바라보는 갱년기 아줌마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생기다니!
이제는 용기를 내보려 한다.
내 이야기, 우리 집 세 아이 이야기, 그리고 학교 아이들 이야기를 그냥 막 써보려고 한다.
이렇게 적고 나니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그런데도 참 이상하지...
사실은 계속,
그냥 계속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