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맨 꼬마 엔지니어, M과 미스터리 마크

by Ms Lara

1학년 교실의 M은 우리 반의 꼬마 엔지니어다.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되는 붙임성 좋은 아이지만, 아직은 말보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여주는 게 더 익숙한 아이다.


M에게는 아주 확고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하나 있다.

바로 매일 넥타이를 매고 등교한다는 것. 아이의 패션은 늘 예측 불허다. 자동차 그림이 그려진 장난기 가득한 티셔츠에 앙증맞은 보타이를 매기도 하고, 단정한 체크 남방에 어른스러운 넥타이를 매치하기도 한다. 상의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M에게 넥타이는 매일 아침 갖춰 입어야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유니폼이자 하루를 시작하는 비장한 출근 준비인 셈이다.

이 꼬마 엔지니어의 가방 안에는 가끔 주스 박스나 빈 요거트 뚜껑, 티슈 박스 같은 재활용품이 한가득 들어 있다. 남들에겐 쓰레기일지 몰라도 M에겐 훌륭한 부품들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뚝딱뚝딱 만지다 보면 어느새 멋진 자동차가 탄생한다. 쉬는 시간에 가지고 놀 장난감을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우리 반의 만능 발명가이기도 하다.


화이트보드 위의 낯선 기호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화이트보드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적으셨다. 그 아래로 피자, 타코, 스파게티, 핫도그 같은 단어들이 나열되었다. 아이들은 각자 종이를 들고 친구들에게 서로의 취향을 물으며 빗금(tally mark)을 채워가는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M에게 다가가 보드에 적힌 단어들을 하나씩 읽어 준 뒤 물었다. "M, 넌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해?"

그런데 M은 대답 대신 한참 동안 화이트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더니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저기 왜 미스터리 마크(Mystery mark)가 있어요?"


물음표가 미스터리가 되는 순간

"어디? 어떤 걸 말하는 거야?"

내 물음에 M은 교실 앞으로 달려가 화이트보드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콕 가리켰다. 아이의 손끝이 향한 곳은 문장 끝에 붙은 물음표(?)였다.


"왜 여기에 미스터리 마크가 있어요?"


순간 내 입꼬리가 기분 좋게 쓱 올라갔다. 물음표라는 정해진 이름 대신 무언가 궁금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는 미스터리 마크라니! 사물의 이름보다 그 기호가 풍기는 분위기를 먼저 읽어낸 아이의 감각이 너무나 기발하고도 시적이었다.


"M, 그건 궁금해서 물어볼 때 쓰는 마크야. 네 말대로 정말 미스터리 마크가 맞네! 그런데 이 마크는 원래 이름이 따로 있어. 퀘스천 마크(Question mark)라고 해."


아이가 지어준 이름이 더 정답 같아서

M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날 이후로도 한동안 물음표를 볼 때마다 "미스터리 마크다!"라며 반가워했다.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 세상은 온통 물어볼 것 투성이인 미스터리로 가득 찬 공간일지도 모른다.

표현이 조금 서투르면 어떠랴. 퀘스천 마크에서 미스터리를 읽어낼 줄 아는 저 맑은 상상력이 M의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텐데. 나는 오늘도 M이 가리키는 미스터리 마크를 보며 생각한다.


정해진 이름보다 중요한 건, 그 기호가 가진 진짜 의미를 마음으로 읽어내는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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