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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Jan 09. 2023

좋아하는 마음은 늘 문제가 됐다

난처한 인출 사고처럼


좋아하는 마음은 늘 문제가 됐다.


그것도 난제,
난해한 난수.


난색 하게 되는

난처한 인출 사고.


같은 박자를 타고

먹먹하게 울린다.


"위잉 위잉"

요란한 경보음.

"둥둥"

심장 .


답은 하나.


내 사랑은 난제다.


쪼그라들기 싫어서


기대, 좋아함, 사람, 사랑.
역시 짜증 난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날개 돋은 듯 치솟는 기분.

싫다.


망할, 일생의 난제. 또 왔네.


무언갈 좋아한다는 건,
그런 마음이었다.


처음엔, 파도.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좋아하기를 싫어한 건.


처음엔 막연하게 좋았다.

마음껏 좋아했다.

너덜너덜해지고 헤지더라도

좋았다.


좋아하는 마음을 멈출 줄 몰라서,

관계의 마지막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마음을 끝내야 하는 지를 도저히 모르겠어서,

줬던 마음을 도로 가져올 수는 없으니까,

마음 가는 대로, 계속 좋아했다.


좋아지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Like 자전과 공전.


스스로 발전기를 돌렸다.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빙글빙글 맴돌았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좋아했다.


좋아함의 오차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끝없는 우주 같기도,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는 달과 지구 같기도 했다.
어떤 관계든지 '끝'이라는 보기가 없었다.


줄곧 손에 들고 있는 선택지는

좋아하기와,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두 가지뿐이었다.



내겐 없었던 변수


어느 날,

조금씩 보였다.


툭 놓으면,

뚝 끊기겠구나.

딱 끝나겠구나.


'아니겠지.',


'내가 더 잘하면 달라지겠지.'


그 마음의 종착역은,
변수였다.


상대방이 들고 있는,

나는 들어 본 적 없는,

미지의 수.


나는 끝을 말했고,

아무도 모를 곳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울었다.



좋아함과 더 좋아함.


그때부터도 아니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기대와 실망, 상실을 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하면서도,

'끝'이라는 선택지를 손에 꼭 쥐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안 뒤에도

좋아함과 더 좋아함 사이에서

더 좋아함을 택했다.


사람을 싫어하면서 사람을 좋아했다.


'적당히'를 몰랐다.

부등호적 사랑이 마치 운명인 듯이.



상수.


나의 좋아함은 상수였다.

늘 한결같고, 변함없는.


어쩌면 일방통행,
아니면 평행선,
때로는 부등호.
가끔은 짝 없는 짝사랑.


그 지점에서, 허기가 졌다.

좋아할수록, 점점 더.




계산기


버릇이 생겼다.


확인하기

끝을 염두에 두기


나랑 마음의 크기가 비슷한지,

상처받지 않을지,

시작해도, 아프지 않을지.

계산하고 재는 버릇.


좋아한 만큼,

두려웠다.

느끼기 싫었다.


남겨지거나, 버려지는 것.


시작이 다가오면 끝을 생각한다.


시작이 떠오르면, 끝을 생각했다.
시작과 동시에
'끝'을 꼭 쥐고 좋아하게 됐다.


유치하고 옹졸하다는 걸 안다.

그래도 처절하고 처연하게

먼저 버리기를 택했다.


두려움에 대한 발악,

끝자락의 자존심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싫어졌다.


그럼에도,

꼭 끝까지 갔다.

적당히를 모르고.


울먹임을 목울대로 꿀꺽 삼켜 버리며,

진창을 굴렀다.


그러고 나서야,

헤어짐을 당하거나, 고했다.


'끝'을 꼭 쥐고도, 휘둘렸다.
어쩌면 휘둘리기를 '선택'한 걸 지도 모르겠다.


'좋아하기'와 '더 좋아하기'가 싫어졌다.

더 이상 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문제 따위.

난제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마음은 죄가 없다.


마음을 단죄하려고 보니,

죄가 없었다.

문제는 나한테 있었다.


1. 다른 값을 넣으면서,

같은 값이 나올 거라 단정했다.


2. 같은 값을 넣으면서,

다른 값이 나올 거라 기대했다.


3. 사람이 달라지면, 항상 같은 값이 나올 수 없다.


4.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나로 있지 못해서,

누군가를 좋아했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못난 모습을 못 견뎠다.

그걸 상대방도 못 견디지 않았을까.



허물 벗기


나를 견뎌 내기 시작했다.

나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조금은 외로워질지라도,

끝없는 고독으로부터는

탈피하도록.


사람을 좋아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여전히 사람이 무서우면서도 좋았다.


애써 밝은 척, 괜찮은 척, 태연한 척,

'척'하기를 그만뒀다.


한 겹 두 겹, 벗으며,

비로소 내가 됐다.

애쓰지 않는 나.


결국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사람은 나 뿐이었다.

나는 나로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상수.


그렇게 상처받고,

무너지고 아파하고,

힘들었지만,


여전히 상수였음 좋겠다.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나로 살기를 견디는 만큼,

끝보다는 시작을 생각하고,

좋아하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당히' 좋아하기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타협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들뜨고 설레고 울고 화내고
가능한 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이럴 줄 알았어.'

라는 생각을 덜 했으면 좋겠다.

예측했더라도, 서둘러 괜찮아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회하더라도, 흘러가는 대로 사랑했으면 좋겠다.

가능한 한 단순하게.

내 마음에만 집중하면서.

솔직하게.


두렵더라도, 일단 가봤으면 좋겠다.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감정을 모두 다 누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상처를 무기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

다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사랑하면서 느낀 감정과 경험들은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나한테 남을 테니까.


그럼에도,
상수처럼.


계속 좋아하고, 더 좋아하기를 선택하고,

사랑을 말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삶이 여전히 촉촉했으면 좋겠다.


말랑말랑했으면 좋겠다.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경험들이 결국,

'나'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나를 견디는 밑거름이 된다.

'나'를 찾게 된다.


그니까.

좋아함을 상수로 두자.

더 좋아짐을 망설이지 않도록.

사랑을 말하는 데 거침없도록.



오히려, 상수는 후회가 없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해도 될 만큼
우린 생각보다 단단하다.


지난 상처를 먹고,

자라났으니까.


단단한 나를 믿고,

좋아하기를 좋아하자.

주저 말고 더 좋아하자.

더 거침없이 사랑하자.


지금을 살자.

좋아하는 마음을 귀히 여기면서.

지금이 끝일 지도 모르니까.

그런 마음은.


나는 상수고 너는 변수일 지라도.

상대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귀하게 대접해 주자.


최대한 솔직하게.
오히려 후회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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