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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Jan 02. 2023

한 해의 끝과 시작에서 한바탕 사랑을 말하기로 했다.

한 시절이 갔고, 나의 열망은 사랑으로 향했다.


한 해가 갔다.


요란한 파티도, 모임도 없이.

아주 조용히.


보내주기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처음으로 혼자 보냈다.

아, 가지 않을 것 같던

한 시절이 가는구나.


아련했다.

후련도 했다.


그 시절에는

내가 너무도 명백하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랑에 아프고 무너졌던 내가 있다.
상처받을까 무서워, 계속 도망치는 내가 있다.
자주 상실하고 분노하고 꺾이는 내가 있다.
덕분에 단단하고 냉정하고 다정해진 내가 있다.

내가 있다.


2022년에는 술래 없는 술래 잡기를 그만두었다.

과거와 현재로부터 도망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나와 대면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나를 조금씩 현재로 데려 왔다.

과거의 나와 마주 했다.


'내가 여기 있구나' 감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내가 나를 몰랐구나.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구나.

이해하게 됐다.


오래된 인연과 모두 이별했다.

사람이 떠나면, 한 시절이 간다고 한다.

지난날의 나를 놓아주었다.

그 때 함께 했던 사람모두 각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 시절을 보내주었다.


시작


덤덤하고, 고요하고, 마땅히.

약간의 설렘과 긴장, 부담, 불안함을 한 데 껴안고,

두 번째 스물다섯을 맞이했다.


올해 6월, 법이 개정된다.

이제부터는 만나이로 살게 된다.

덕분에 같은 나이로 1년을 더 보낼 수 있다.


전례 없이 선물처럼 다시 주어졌다.

그렇게 온 스물다섯을 홀연히 받아 들었다.

그래서 더 담담하게 호들갑 없는 새해가 왔다.


1년 중 그저 주말의 어느 날일 뿐인 어제와 오늘처럼.

당연하고 유연하게.

알 수 없지만


아직 올해를 어떻게 보낼지 모르겠다.

다만 시절을 제대로 정리하고 싶다.


여러 시절에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버둥대느라

종종 지구 밖으로 밀려났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다.

되는 대로 일을 벌였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절망했다.
좌절했다.
패배했다.
후퇴했다.

부딪혀서 온몸으로 깨달았다.

기본은 중요하다.

기본기부터 다져야 한다.


여러 가지를 영향력을 가질 정도로 포텐을 터뜨리려면,

한 가지를 내실 있게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요행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더 깊이 사랑


하나에 집중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그래서 회고하고 정리하고, 계획하고 있다.

더 열성적으로.


사랑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

뭘 사랑하는지, 뭘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


더 사랑하고 싶다.

좋아함과 더 좋아함을 넘어서,

감히 사랑하고 싶다.

가히 측정할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싶다.


올해, 도망치지 않고

여기 있고 싶다.
영원한 현재에 머물고 싶다.



가닿을지 모르겠지만.


투박한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미처 다듬어지지 못한 생각들 발길에 채인다.

그걸 늘어지지 않게 늘어놓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어서일까.


스쳐 지나가는 단상들을 붙잡는다.

기어이 하나의 글로 엮어 내고 있다.


한 해의 끝과 시작에 대해서.

한 사람의 한 시절이 저물고 새로 오는 것에 대해서.


여느 때보다는 힘 빼고 툭툭.


마치 일몰과 일출처럼.

뜨고 짐을 가늠해 본다.


시절의 흐름과 참 닮았다 .

잠을 뒤로하고

기어코 문장으로 엮는다.


가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다를지 모르면서도

적는 마음은, 꽤 큰 사랑이다.

자기 혐오를 빗겨 간.

적절한 절절함.


해상도가 높은 사랑, 사람


한바탕 적으며, 사랑을 말한다.

어렴풋하고 어리숙하고 어색하지만,

좋아함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음을 고한다.


아직은 치기와 패기를 내 것으로 둔다.

가능하면 이들과 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다.


좋아함을 넘어서 더 좋아함을 주저 않고,

더 좋아함을 거쳐 사랑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아무것도 눈치 보지 않고,

해상도 높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더 단단하고 기본이 탄탄하게 자라나기를.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고 희망한다.


이 글이 가닿은 실체의 실존에게도

그러한 삶이 선물처럼 다가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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