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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Oct 05. 2023

최선을 다해 나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내 안에 깊은 분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세요

BGM : Oh my god - Adele





사랑에 관한 잘못된 상을 갖고 있었다.


일관된 사랑이 뭔지 몰랐다.




상대방이 기분 내키는 대로 날 대하는 걸 어쩌다 보면 매번 허용하고 있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조차도 내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군가가 진정성 있게 다가와서 일관되게 잘해줘도 그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나한테 어디까지 요구하려고 그러나 의심스러웠다.


또는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쓸모없게 느껴졌다.




때문에 지금은 잘해주지만, 언젠가는 갑자기 나를 상처 줄 거라고 의심하고 밀어냈다.




아빠가 잘해주다가 성질나면 화내고 기분 나쁘면 '됐다' 그러면서 나한테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내가 알고 자란 사랑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불안정하고 불안전한 형태의 것이었다.


때문에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의 모양과 질감도 그랬다.




남한테 무언가를 요청하는 게 어려워서, 요청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나를 끌고 갔다.




누군가가 좋아질수록 ‘나 너 별로 안 좋아해’, ‘나도 친구 많아.’라면서 쿨한 척을 하고, 거리를 뒀다.


상처받을까 봐 너무 두려워서 미성숙한 방어 기제를 썼다.




사실 사랑은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나서 비로소 어떤 순간에는 완전해졌다가, 갈등과 고난을 겪으면서 견고해지는 건데, 그걸 견디기 힘들었다.


진짜 그한테 만큼은 이해받고 싶은데, 이해받지 못하면, 이전에 해결 안 된 감정이 건드려졌다.




자동으로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도 나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돌봐주지 않았듯이 도 결국은 나를 버릴 거고, 나한테 관심이 없어질 거고, 결국은 날 귀찮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심각한 불안을 품은 채 관계를 맺었다.


관계가 깨질까 봐 상대방의 반응 하나하나에 불안했다.




각자의 결핍을 상대방에게 투사해서 서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어떻게 너도 그 마음을 몰라줄 수가 있어?'라고 내 안에 깊이 있는 분노를 그한테 쏟아냈다.




그 감정을 건드린 그가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원망하고 화를 냈다.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면, 누가 더 큰 잘못을 했고, 누가 더 맞춰 줘야 하는 지를 따지고 있었다.




원하는 걸 요청하지 못해서 속으로 끙끙 앓다가 혼자 터져 버려서 관계를 확 끊어 버리기도 했다.




어릴 적, 나는 내가 원했던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정말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주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도 내가 정말 숨 막혔던 사랑을 줬던 것 같다.




나는 이제 내 안에 뿌리내리고 있는 커다란 분노를 매일 들여다본다.


어느 날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어느 날은 분노가 쌓여있는 날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털어놓는다.




내 마음을 몰라줄 때, 서운함과 서러움, 외로움이 밀려온다.


이게 종종 분노와 연결된다.




이 분노 때문에 친밀한 관계가 계속 꼬이게 되고,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기 어려웠다.


이 분노를 억누르느라 쓰이는 에너지도 컸다.




내 안에 어떤 분노가 자라왔고, 자라나고 있는지 마주 보면서, 조금 더 다양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래서 이미 몸에 배어있는 사랑을 버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길을 내려고 한다.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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