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탐구생활1]
#1.
“상대가 치기 쉬운 공을 먼저 던져줘.”
내가 좋아하는 일드 <나기의 휴식>의 대사 중 하나다. 스낵바에서 일하는 나기가 손님들과의 대화를 어려워하자 마스터가 말한다.
“혹시 넌 본인을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타입이라고 생각해? 진짜 잘 들어주는 사람은 상대가 치기 쉬운 공을 먼저 던져줘. 너는 상대의 눈치만 보면서 공을 안 던지니까 상대가 배려해서 화제를 만들어주는 것뿐이야. 그럼 네가 대화의 공을 못 던지는 이유가 뭐야? 네가 상대에게 관심이 없어서야.”
#2.
학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수업할 때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손을 들고 발표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한 학생이 유난히 어려워했다. 손을 먼저 드는 일도 없었고, 애써 기회를 만들어 주어도 답을 하기 곤란해했다. 당시 원장님께 조언을 구했다.
“답하기 쉬운 질문을 그 아이에게만 먼저 해주세요. 누구나 들었을 때 바로 답이 떠오르는 질문으로요. 둘중에 하나를 고르는 식도 괜찮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감이 붙어서 다른 질문에도 발표를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3.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질문하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의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이때, 질문하는 사람의 힘은 엄청나다. 어떤 공이든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인터뷰이는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투수가 공을 잘못 던지면 타자의 몸에 맞히는 상황이 연출되듯이, 어떤 질문은 상대방에게 잘못 날아가 꽂힌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하여 인터뷰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아주 사소한 일상에 관한 것이거나 인터뷰이에 대한 가벼운 칭찬일 때가 많다. “경찰관의 하루는 어떠한가요?” “오는 길에 차가 막히지는 않았나요?”와 같은 질문이거나, “날마다 글을 써서 책을 내시다니 정말 대단해요” “목소리가 부드러우셔서 제 마음도 편안해지네요”와 같은 가벼운 칭찬의 말이 그러하다.
#4.
대화는 배려다.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뽐내듯 던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잘 받을 수 있는 공을 건네주는 것.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핑퐁’이 시작된다. 시작이 잘 열리면, 그 다음부터는 조금 더 어려운 질문이나 어쩌면 곤란할 수도 있는 질문도 부드럽게 열린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 나는 어떤 대화의 공을 던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