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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 Oct 30. 2022

떠나버린 자들을 위하여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우리네 삶이란 물음표만 무지하게 찍어대는 단순 공장이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개 중에서도 사람 마음이 제일입니다. 


S는 내겐 그런 사람입니다. 


왜 그랬을까? 저 사람의 마음은 뭘까? 무슨 일이 있던 걸까? 

S의 지난 행보를 돌이켜 보자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한참 전 포기해버렸습니다. 


S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가깝지만 아주 머나먼 사람입니다. 몸도 마음도요. 당연하게도 S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S에 대해 다른 입으로 전해 들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난 그것이 과장되거나 때론 잘못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S는 쉽게 입을 떼지 않는 사람이자 꾀가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 마음은 굉장히 굳게 닫혀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입니다. 무엇이 그 사람을 그렇게 변하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S는 모든 준비를 마쳤는지 기어코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나 흔적을 지워버렸습니다. 

받지 않는 전화번호 단 하나만을 남기고요.   

 

 S를 사무치도록 사랑하는 K가 수 년째 증발해버린 S에 대해 내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답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아. 


나는 아쉽게도 S란 사람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건 K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떠나버린 자들에게 언제든 열려있는 문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설령 문틈 사이로 발을 디디지 않더라도, 떠난 자가 용기 없어 문틈 밖에서 기웃거리기만 한다 해도 언제든 익숙한 온기가 나지막이 깔려 나오는 틈 말입니다. 


저 따스함은 여전히 변함없이 나를 향한다는 마음 한편의 위안이 필요합니다. 


 S에게 한 달에 한번 어떤 답도 바라지 말고 그저 당연스러운 계절이 피고 지는 안부를 전하라 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문틈이 S에게 여전히 열려 있음을 보여주어라 했습니다. 


떠나버린 자들에겐 문틈이 필요합니다. 


S에게 큰 정은 없지만 수 번의 계절이 변하고 나이가 들며 S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도 S가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만나서 할 말은 없지만요.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있고 싶습니다. 그렇게 멍청히 앉아만 있어도 지나온 이야기가 마음속으로 오고 갈 것 같습니다. 


그다지 따스하진 않을지 몰라도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내 가족이야기입니다. 


소식을 알 수 없는 나의 작은누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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