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또는 아이유

옹졸러를 졸업한 그녀에게 보내는 찬사

by 이선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나이부터 시작된 불면과 불안은 점차 날 각박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난 프로 옹졸러로 완벽히 진화했습니다. 나 하나 돌보기도 벅찬 나였기에 누군가를 신경쓰지도, 기대감도 없던 나는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의 사람은 아닙니다. 왜 그런 일들이 나에게 생겼고 견뎌야 했는지 따질 시기는 훨씬 지나버렸습니다. 당장 나를 매 순간 지켜보며 견제하고 긴장해야 합니다. 잠은 기억조차 나지 않게 지쳐 쓰러져야만 잘 수 있는 것이었고 다가오는 밤은 긴장이 풀어져버릴까 스스로를 제일 예민히 지켜봐야 하는 끝나지 않는 경계입니다.


그날도 여전히 원치 않는 고요 속에서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가득 일기장에 채워가며 나 홀로 지쳐쓰러지기만을 기다리는 당연한 밤이었습니다.


우연히 실시간 순위에 올라와 있는 노래가 들렸습니다.


'밤편지'

같은 나이, 몇몇 대표곡들, 3단 고음, 국민 여동생. 그전까지 이 가수에 대한 내 생각 전부였을겁니다.


창작품을 즐기는 참 재미란 창작자와 나 사이의 간격 그리고 공통점 사이를 여행하고 향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들 간혹 그런 순간들이 있으셨을 건데요. 작품에 이해 관계 따위는 필요없이 작자의 생각이 곧 나이기 이내 동화되어 버려 마음 깊숙한 곳에 '쿵' 하니 그 통째로 매다 꽂혀버리는 순간이요.


남들보다 긴 밤을 지새운 덕에 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기에 혹시 당신이 깰까 조그마한 반딧불로 내 마음만 살포시 전하고 돌아오겠다. 기나긴 밤 당신이 옆에 있으면 참 좋겠지만 고요한 투쟁으로 하루 밤을 보내는 건 나 하나로 만족하고 당신의 소중한 밤을 응원한다는 포기와 양보의 노래.


다른 이의 밤을 달래주는 그녀에게 놀랐고, 같은 긴 밤을 보내왔을 그녀의 밤이 훤히 보였습니다.


긴 밤을 지내온 사람과 얘기해 본 적 없습니다. 어디서든 내 얘길 당최 꺼내지 않는 고집스러운 사람이었으니까요. 난 그날 긴 밤을 보내온 사람의 애처로운 마음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처음 들었습니다.


구슬펐구요. 원치않게 담담해져버린 마음이 보여 내 마음마저 아렸습니다.


2017년 3월 밤 편지를 처음 들은 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결핍을 응원할 수 있는 이 사람은 대단히 멋진 사람이다.



밤.


누군가에겐 하루를 보상받을 휴식의 시작이기도 누군가에겐 외로운 사투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원치 않아도 매일 찾아오기에 결국 즐기는 방법뿐이라며 날 속입니다. 남들은 잠자리를 정리할 때 오늘 찾아올 고요 속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합니다.


다른 이들의 하루는 두 자리 숫자가 찾아올 때쯤부터 서서히 안녕을 고할 때 긴 밤을 보내는 이들의 하루는 한자리 숫자로 돌아와 한참을 보내고서야 아득한 하루가 물러갑니다.


시꺼먼 새벽 속에 자면 다행이오 푸르스름해질 때 자는 게 당연한 일인 나는 속이 베베 꼬일 때로 꼬여버린 건지 쉽사리 잘 자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에게서 잘 자라는 말을 들은 단 몇 명의 사람들은 자신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그대들입니다.


나는 내 결핍을 응원할 수 있는 그런 위인은 아니었고. TV에 나온 그녀의 말을 빌려 여전히 옹졸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옹졸러를 졸업한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난 아마 다시 눈을 뜰 수 없는 그 날까지 종종 긴긴밤을 보낼 것입니다.

그 순간이 오는 날까지 나는 결핍을 응원할 수 있는 그녀의 노래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여전히 남들보다 긴 밤을 보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선물을 보내준 그녀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