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Francia Jan 21. 2022

<나의 아름다운 연인들>, 달 출판사

책 리뷰

 


  부모의 연애나 결혼에 관해 생각할 때면 잠시 아득해진다. 그들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겠지. 그들의 첫 만남은 어떠했을까. 어떻게 결혼을 했을까. 누구의 소개로 맞선을 봤는지, 처음에 어디에서 어떻게 살기 시작했는지 정도는 엄마에게 들어서 안다. 그보다 나는 그들이 처음으로 마주했을 눈빛과 표정, 그날의 공기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

 

  유치원에 다니는 내 아이들도 자기 부모의 부모 이전 시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내 어릴 적 사진을 보며 그 당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가진 오래된 물건들의 출처에 대해 자주 묻는다. 그리고 당연히 세월의 길이와 속도를 가늠하지 못한다. 아직은.


- 엄마는 유치원에서 무슨반이었어?

- 음.. 잘 기억이 안 나네.

- 엄마! 이 목걸이는 언제 산거야? 누가 줬어? 예뻐!

- 응 옛날에 산거야 오래전에.

- 아기 때?

- 아니 어른되고 나서.

- 응? 옛날인데도 어른이었어?


이런 식이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5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연애하고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 70여 편이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글쓴이는 이야기 속 주인공의 자녀들이다. 언젠가 자신의 부모가 들려준 그 시절 이야기를 듣고 쓴 글일 테다. 스토리의 공백은 약간의 상상력으로 메웠을지도 모른다. 부모가 처음 만난 날 나누었던 대화와 결혼하게 된 과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엮어서 활자화했으리라.


  집안 어른들이 맺어줘서, 지인의 소개로 맞선을 봐서, 같은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알게 되어서 등등. 만남의 경로는 평범하고, 데이트 장소 흔하고,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진부하다. 그 시절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았으니까. 평범한 이야기는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독보적이고 특별해질 수 있다. 체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인 것이다.

 '해석되지 않은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 이런 소설을 읽으면 겸손해지고 쓸쓸해진다'라고 신형철 작가는 말한다. 삶의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미세한 것이구나 싶어 겸손해지고, 내가 아는 건 그 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구나 싶어 또 쓸쓸해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름다운 연인들'이었을까. 모든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찬란하게 아름답고 눈부시게 빛나는 걸까. 과거엔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닌 부모도 있다. 누군가는 의도치 않게 잉태되어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평생 부모를 증오하며 살았을 수도 있다. 삶은 보기에 따라서 겸손하고 쓸쓸하고 짠하고 아름답다. 세상은 자주 뜻대로 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