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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May 12. 2023

그림책 <쿵쿵이와 나>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김지은 옮김


아이에게는 오래된 비밀 친구 '쿵쿵이'가 있습니다.

둘은 언제 어디서나 함께지요.



아이는 새로운 나라로 이사가게 됩니다.

밖에 나가서 새 세상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쿵쿵이는 꼼짝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해요.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도 싫어하고,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에 아이를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요.



 아이는 새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어요.

수업이 끝나면 쿵쿵이가 아이를 업고 곧장 집으로 달려가거든요.

쿵쿵이는 점점 더 많이 먹고, 점점 커집니다.

아이는 날마다 외로워졌어요.

쿵쿵이는 '친구들이 너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말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아이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 다가옵니다.

둘은 함께 놀기 시작해요.

그러는 동안 쿵쿵이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학교는 날마다 더 나아졌고, 아이는 친구에게도 쿵쿵이 같은 비밀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또 다른 모든 아이들에도요.  







당신에게도 쿵쿵이가 있나요?







쿵쿵이는 아마도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과 같은 감정일 거예요. 치유심리학자 김영아 교수는 불안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맞아요. 불안이 없으면 우리는 쉽게 다칠 거예요. 문제는 그 불안의 '강도' 겠지요. 과도한 불안은 우리외부와 단절시키고, 외롭게 만듭니다. 거대해진 쿵쿵이에게 꼭 붙잡힌 그림책 속 아이처럼요.


그럴 땐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만 해도 도움이 돼요. '아, 내가 지금 많이 불안하구나.'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가졌구나.' 이렇게 말이지요.




해야 할 일가득한 분주한 일상입니다. 피로와 고단함 쌓이고 쌓이면 마음과 감정을 쉬이 치고, 몸의 감각 둔해집니다. 쿵쿵이는 원래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것인데, 비대해진 사이즈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부피를 불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감각이 둔해진 몸은 그걸 모른 채 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마치 몸속에 인공 감미료가 지나치게 들어와서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요.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빡빡한 일상에서 조금 느슨져도 괜찮습니다.

이것까지만 하고,

이번 일만 끝내고,

앞으로 몇 년만 고생하고..

이런 말들로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않길 바랍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느닷없는 곳에서 문제가 터지는 경우를 마주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자주요. 차오르는 내 감정을 그저 엄살이라며 스스로 눙치지 않길 바랍니다. 무언가를 위해서, 당신이 순수하게 추구하는 걸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가? 나는 언제 설레는가? 나는 무엇에 몰입하는가?라는 질문에 너무 오래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쿵쿵이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주 들여다봐야 합니다.


힘들 때면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좋은 언어를 접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친밀한 이들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불안과 기쁨과 두려움과 설렘과 환희 온갖 감정을 또렷이 인식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우주적으로 미미한 존재지만 낱낱이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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