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Francia Apr 08. 2023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이야기라는 마법


소설을 사랑한다.

이 세상이 살만한 이유 중 하나는 소설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한 번뿐인 인생을 여타의 방식으로 무한정 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훌륭한 소설가들은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잘 짜인 이야기를 섬세한 언어기술 구현하는 마법사.


이유리 작가의 단편소설은 말 그대로(literally) 마법 같다. <브로콜리 펀치>에 실린 이야기들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화분에 심어져 있는 식물이 말을 하고, 얼마 전 죽은 사람이 태연히 눈앞에 나타나며,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커지자 손이 브로콜리로 변한다. 멀쩡하던 사람이 서서히 투명인간으로 변하고, 돌멩이와 대화를 나누는 , 말하는 이구아나에게 수영하는 법을 가르치는 수영강사도 등장한다.


이 기묘한 이야기들은 웃기고 아름답고 슬프면서 동시에 사랑스럽다.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독자는 속수무책으로 소설 속에 빨려 들어가 버린다. 이유리 작가는 능청스러울 만큼 유려하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전개시킨다.


고전 문학이 추구하는 미적 범주 중에 골계미라는 영역이 있다. 주로 해학과 유머의 정서인데, 심각한 상황도 별 문제 아닌 듯 만들어버리는 장점과 매력이 있다. 젊은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의 저변에 이 골계미가 깔려있는 것이 흥미로운데, 더 재밌는 건 그 와중에 우아미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  우아함의 근원는 아마도 사랑이다. 여덟 개의 이야기 모두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이 관통한다. 이상한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곳에 있다.


평소에 나는 혼자서 허무맹랑한 상상 - 현실감 0인 엉뚱한 상념 - 을 하곤 한다. 이 책은 아무리 희한한 발상도 다정한 이야기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모처럼 소설을 읽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당신의 마음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