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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May 14. 2023

<아끼는 마음>, 박화진

사소한 것들을 위한 시


평소에 좀처럼 보지 않는 티브이를 켜서 영화 채널을 돌릴 때가 있다. 보고 싶던 영화가 우연히 방영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이다. 그런 영화목록이 머릿속에 있는 건 아니다. 작정하고 넷플릭스에서 작품검색을 하여 영화배급사의 로고부터 마주할 마음도 없다. 그저 우연히 보고 싶은 것이다. 마치 기다리던 누군가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마음이다. 패터슨은 조금 그런 영화이다. 여인의 향기도, 라라랜드도.



작가의 글은

몹시 사소하여 가 품었었는지 몰랐던 그런 마음을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분명 뭔가에 진 것 같은데 그 실체를 알지 못할 때나,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은 마음이라거나,

지금 갈게.라는 말이 문득 설레는 순간말이다.


엄마가 차려주는 뭉근한 밥상을 받을 때의 기분과

공연장 앞에 도착했는데 티켓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갓 구운 크로와상을 한입 깨물었을 때의 감각처럼

이윽고 휘발되지만 그 순간은 그게 전부인 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한 해 기어이 살아 냈다는 이유만으로 생일을 축하받을 수 있는 우리들의 사소한 존재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네 마음은 정말 포근해, 겨울밤에 피어난 계란찜만큼. p.57


폴폴 작가님, 당신의 글도 정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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