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Francia Sep 25. 2023

가을의 색

휴직 기간 동안 퍼스널컬러 컨설턴트 자격증 수업을 들었다. 그 강좌는 간 협회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누구나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수업은 무료이지만, 과정 이수 후 자격증을 발급받으려면 결제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종이 한 장 값 치고비싸게 느껴져서, 자격증은 그냥 안 받았다. 같은 금액이 수업료 명목이었다면 지불했을지도 모르겠다. 강의 내용 자체는 유익했다.)



나는 러닝머신 위에서 이어폰을 끼고 걷거나 뛰면서 신나게 강의를 들었다. 핸드폰 속 친절한 강사님은 색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해 주었다. 덕분에 색상과 명도와 채도와 톤에 대해 알게 되었. 도서관에 가서 pccs톤 차트열심히 암기했다.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는 툭치면 술술 말이 나올 만큼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응용학습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사진을 보며 퍼스널 컬러를 알아보는 연습도 했다. 먼저 웜톤과 쿨톤으로 나누어보고, 보다 구체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구분해 보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스스로 진단해 본 결과, 나는 가을웜톤이었다. 베이지나 브라운 계열의 중 저명도 컬러에 그레이가 섞인 탁색이 내 얼굴톤을 살려주는 것 같아서 진단했다. 정확한 거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가을이다.

오늘 아침 기온이 19도였다. 나는 오늘 아이보리색의 도톰한 데님소재 롱스커트에 짙은 베이지색 니트를 톤온톤으로 매치했다. 원래아이보리 스커트 위에 하늘색 스프라이 셔츠를 톤인톤으로 용했는데, 문득 내 퍼스널컬러가 생각나서 바꿔 입었다. 신축성 좋은 골지 니트가 상체 기분 좋게 감겼다. 아침 공기는 시원하다 못해 다소 서늘했는데, 울소재의 상의 따뜻하고 포근했다. 그 느낌으로 여지없이 가을을 실감했다.

 


아파트 정원의 나뭇잎 색깔이 변하고 있다. 름의 비비드 한 초록이 사라지고 어느새 노란끼와 붉은 끼가 딥하게 돌고 있다. 땅에 떨어진 잎들에는 이미 다크톤이 섞다. 상의 모든 색이 또 한차례 바뀌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걸 지켜보는 일은 아무리 겪어도 신비롭다. 그것은 예측가능하고도 불가해한 신비로움이다. 타는 듯한 더위가 세상을 녹여버릴 것 같더니 어느 날 불어온 바람에 선선함이 한 자락 묻어있다. 나는 한 시절이 갔다는 걸 흠칫 깨닫는다.



여름에는 가을 그리워하고 겨울에는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계절은 어김없이 도래한다. 속을 철석같이 지키는 친구처럼, 그렇게 가을또다시 왔다. 생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간절히 가을을 그린다. 겪어 보아서 알기 때문이다. 을의 광활한 하늘과 너그러운 바람결 잠시 동안만 유한하다는 것을.



컬러를 알고 나서 그런지 올 가을 조금 더 천연하다. 과 나무와 하늘의 온화한 에 마음이 더욱 일렁인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가을을 면밀히 감각해 본다. 이번 주말에는 옷장 정리도 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명이 들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