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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Oct 31. 2023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2009

이 책류이치 사카모토가 직접 쓴 회고록이다.


뮤지션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다. 타고난 음악 천재에 심지어 잘생겼었다. 나는 그의 음악을 몹시 사랑해 왔지만, 한 인간으로서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카모토세상을 떠나고 난 뒤 듣는 의 피아노 선율이 어쩐지 슬펐다. 허전한 마음에 뒤늦게 그의 책을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문장에는 그 어떤 화려함도 찾아볼 수 없다. 과장도 포장도 자아도취적인 면모도 없다. 나에게 그는 몸서리칠 만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 사람이기에 글에서 어느 정도 우월감이 읽혔더라도 '음 그럴 만도 하지'라고 여겼을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지 못한다. 음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적도 없고, 어릴 때부터 꼭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p.7



드뷔시, 비틀스, 롤링스톤스의 영향을 받은 어릴 적 이야기부터 학생 시위에 참가했었던 고등학생 시절, 대학교 3학년 때 급작스럽게 결혼하고 이내 헤어지게 된 상황, 그리고 YMO를 결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는 담담하게 돌아본다.



1952년 일본에서 태어나서 음악을 하는 남자의 삶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낯선 이야기였다. 사카모토는 내 아버지와 같은 나이이지만, 그가 성장한 배경은 내 아버지의 그것 달랐다. 그 시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서사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가난과 궁핍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류이치는 유년시절 사진 속에서부터 말끔하고 윤택했다. 7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중학교 때 도쿄예술대학 교수에게 작곡 레슨을 받았다는 천재음악가라니. 사뭇 엘리트적이고 선진국적로 느껴졌다.



나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즐거워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내가 최근 2년 남짓 나 자신의 역사를 말해왔다. 실은 대단히 부끄럽다. 자신에 대해 말할 만큼 대단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이따금 생각하듯이 나라는 사람이 누구이고 왜 지금 이곳에 서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p.285



라는 사람이 누구이고 왜 지금 이곳에 서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도 있는 것 같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 혹여 이런 회고록을 쓰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나는 원래 전기 혹은 자서전 같은 형식의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의 삶에 깊이 이입할 수 있어서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내 마음이 유연해지는 걸 느낀다. 아마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소탈한 면모가 글의 저변의 깔려 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요즘 이런 책을 읽고 있다.(동시에 여러 권을 돌가며 독서하는 편이다.) 세 권은 각기 다른 장르이지만 일론머스크와 세이노와 류이치사카모토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그 결은 정말이지 판이하게 다르다.


일론 머스크는 일론이 직접 쓴 책이 아니다. 스티브잡스의 전기를 썼던 월터 아이작슨이 일론의 삶을 취재하고 주변 인물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소소한 일화까지 상세히 기록하였다. 나는 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늘 궁금했기에 나름 흥미롭게 읽고 있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세이노(say no)라는 필명을 쓰는 어느 자산가가 쓴 글을 모아 엮어 출판한 책이다. 베스트셀러에 진열된 두툼한 책의 가격이 너무도 저렴하여 의아한 마음으로 펼쳤다. 흔한 '부자 되는 법' 장르의 책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는 법에 관한 전방위적인 지침서랄까. 문제는 톤tone 에 있었다. 그 사람의 말하는 방식이 너무 날 것이라 나에게는 조금 비렸다. 씁쓸한 건 책을 읽으면서 내 아버지의 삶과 아빠가 강조해 온 삶의 자세 같은 것들이 종종 떠올랐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여실히 깨는 중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나도 그렇게 보일 테니,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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