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보리는 동생을 데리고 다니며 언니 노릇을 즐기고 있는 것 같고, 담이는 학교라는 새로운 곳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탐색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기특한 건 아침에 둘이 나란히 등교를 한다는 사실. 작년에 보리를 처음 혼자 학교에 보낼 땐 여느 신입생 엄마들처럼 아침 등굣길을 아이와 함께 걷곤 했는데, 담이에겐 언니가 있으니 내가 굳이 필요 없는 듯하다.
-언니랑 학교 가는 거 어때?
-좋아!
-엄마는 같이 안 가도 돼?
-응! 엄마는 안 나와도 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며 갈 때도 있고, 싸워서 멀찍이 떨어져 걸을 때도 있다. 어쨌든 둘은 늘 함께다. 일과가 끝나고 방과 후 배드민턴과 음악줄넘기 수업에 함께 참석하고, 집에 올 때도 같이 온다. 정말이지 못 견디게 예쁘고 귀엽고 대견하다.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아이들이 아직 낯설다. 연년생 자매가 나가자마자 나는 창밖을 내다본다. 작은 두 아이가 커다란 가방을 메고 쫄래쫄래 걸어가는 모습을 복잡한 마음으로 쳐다본다. 언젠가부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혼잣말, '언제 저렇게 컸니'를 또 읊조린다.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걸 아는 자매는 저만치 계단을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를 향해 크게 손을 한 번 흔들고 시야에서 사라진다.
도보 10분 거리의 학교를 아이들이 걸어서 스스로 등하교하는 일. 이건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하지만 처음 겪는 등교독립에 나는 설레고 고마워서 마음이 저릿저릿하다. 생각해 보면 이건 결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 아침밥을 든든히 먹는다는 것, 스스로 옷을 골라 입고 세수하고 양치한다는 것, 학교 가는 걸 좋아한다는 것, 등굣길이 안전하다는 것, 이렇게 독립적으로 잘 크고 있다는 것. 이 사소한 사실들이 벅차게 감사하다. 더 바란다면 그건 틀림없이 욕심일테다.
신입생 담이는 씩씩하고 즐겁게 학교를 오간다. 언니가 곧장 피아노 학원에 가는 요일엔 혼자 도어락을 열고 집으로 쓱 들어온다. 학교에서 뭘 했느냐고 물으면 눈을 위로 뜨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윽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쏟아낸다.
-오늘은 젓가락으로 폼폼이 옮기는 연습 했어.
-폼폼이?
-어, 초록색 작은 동그란 거야. 가볍고.. 말랑말랑한데, 우리가 젓가락으로 그걸 하나씩 옮기는 거야. 근데 엄마! 주원이가 그거를 하다가 폼폼이가 코에 들어간 거야! 그래서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주원이를 데리고 보건실로 막 뛰어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