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9시 30분.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다. 주차장에서 요가원까지 걷는 3분 남짓 동안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휘날렸고, 입고 있던 바람막이가 마구 펄럭거렸다. 강풍이었지만 찬 기운이 전혀 없어서 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지 않았다. 계절은 완연한 봄을 지나 어느새 여름에 진입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요가원에 도착하여 문을 열었다.
처음 보는 세 명의 여성들이 원장 부원장 선생님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작년에 이 센터에서 강사 자격을 취득한 분들로, 응원차 방문했다고 원장님이 소개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니신 분이 처음 본 나를 반겨주시며 내 손에 따뜻한 떡과 비타오백 한 병을 쥐어주셨다. 블루베리 백설기였다. 나를 포함한 일곱 명의 여자들은 둘러앉아 예정에 없던 '선후배와의 대화 타임'을 가졌다.
선배들은 각자의 일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짬을 내서 요가 강사 일도 하고 있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하며 느끼는 소소한 것들을 말해주었다. 요가 센터를 운영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초보 요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금 설렜다. 나도 그들처럼 할 수 있을까. 내가 요가를 업으로 삼는 날이 과연 올까. 마침 어제, 나는 학교에서 친밀하게 소통하던 동료 교사를 만난 터였다. 오랜만에 학교 소식을 들으며 짧은 시간에 여러 감정이 오갔다. 새로 온 교장선생님의 기이한 행태를 듣고 분개하다가, 고2가 된 작년 내 학생들의 소식을 듣고는 출근하지 않음에 슬펐다. 그 반짝거리던 아이들의 눈을 다시 보고 싶었다. 매일 요가를 하고 싶고 요가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이 크지만, 미련 없이 학교를 나오기도 쉽지 않다.
오늘 요가는 꽤 역동적이었다.
스탠딩 자세로 균형 잡는 동작들을 거쳐 플랭크로 버텼다. 일상에서는 언제나 두 발로 땅을 딛지만 요가할 때는 선택의 폭이 넓다. 한 발로, 한 발과 양손으로, 혹은 한 발과 한 손으로 땅을 짚고 선다. 사이드 플랭크 자세에서는 한쪽 팔다리를 천장으로 뻗고 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을 잡은 채 카운트를 셌다. 팔, 다리가 후들거리며 전신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한낮의 바깥 기온이 오르자 실내도 금세 더워졌다. 부장가 아사나에서는 무릎을 접고 깊은 후굴을 유지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내 뒤통수에 내 발바닥이 와닿았다. 생경하고도 짜릿한 감각이었다. 요가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머리서기와 어깨서기, 쟁기자세와 물고기 자세를 통과하여 마침내 사바아사나였다.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곳은 다름 아닌 매트 위다. 나의 손자국 발자국 몸자국, 내 땀이 배어있는 좁고 지저분한 공간 위에서 극락 같은 평온을 경험했다. 머릿속을 오가던 여러 생각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편안한 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내 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초여름의 공기가 온화하고 다정했다. 이대로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