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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그 아늑한 순간

by La Francia

살짝 열어놓은 창으로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오는 요즘.


밤이 되면 우리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따스한 바람으로 젖은 머리를 말린다. 건조해지는 계절이므로 몸에 로션을 꼼꼼히 바르고, 옷장에서 새 파자마를 꺼내 입은 뒤,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셋이서 나란히 누워서, 바스락 거리는 구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다. 하루 중 가장 청결하고 아늑하고 포근한 시간이다.


늘 내가 침대 중앙에 눕고, 내 양쪽 팔 위에 두 어린이가 각각 자신의 머리를 올려놓는다. 샴푸 냄새나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내 목과 턱을 간지럽힌다. 둘은 내 쪽으로 모로 누워서 내 겨드랑이 깊숙이 자신의 얼굴을 밀착시킨다. 그리고는 각자 자유로운 한쪽 팔로 내 몸을 감싸 안는다.

이 순간은 각자가 엄마의 절반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더 힘껏 껴안는다. 양 편에서 올라온 가느다란 두 팔에 내 몸은 본의 아니게 결박당한다. 만족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두 소녀는 심호흡하듯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흠~~~ 하, 엄마 냄새.. 좋아.

-음? 아빠 냄새는?

-아빠 냄새는..(합창하듯) 너무 지독해!


자매는 같은 단어를 동시에 말한 것이 재밌어서 한참을 큭큭 거리며 즐거워하다가, 이내 코- 잠든다.


천진한 웃음소리가 어두운 공기 속에 잔상처럼 남는다. 고롱고롱 거리는 그들의 숨소리와, 체온에서 흘러나온 따스함이 사방에 번진다. 이 유한한 순간을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은 밤이다.


'지독한 냄새'의 아빠는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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