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 Francia
Sep 08. 2022
살짝 열어놓은 창으로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오는 요즘.
밤이 되면 우리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따스한 바람으로 젖은 머리를 말린다. 건조해지는 계절이므로 몸에 로션을 꼼꼼히 바르고, 옷장에서 새 파자마를 꺼내 입은 뒤,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셋이서 나란히 누워서, 바스락 거리는 구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다. 하루 중 가장 청결하고 아늑하고 포근한 시간이다.
늘 내가 침대 중앙에 눕고, 내 양쪽 팔 위에 두 어린이가 각각 자신의 머리를 올려놓는다. 샴푸 냄새나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내 목과 턱을 간지럽힌다. 둘은 내 쪽으로 모로 누워서 내 겨드랑이 깊숙이 자신의 얼굴을 밀착시킨다. 그리고는 각자 자유로운 한쪽 팔로 내 몸을 감싸 안는다.
이 순간은 각자가 엄마의 절반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더 힘껏 껴안는다. 양 편에서 올라온 가느다란 두 팔에 내 몸은 본의 아니게 결박당한다. 만족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두 소녀는 심호흡하듯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흠~~~ 하, 엄마 냄새.. 좋아.
-음? 아빠 냄새는?
-아빠 냄새는..(합창하듯) 너무 지독해!
자매는 같은 단어를 동시에 말한 것이 재밌어서 한참을 큭큭 거리며 즐거워하다가, 이내 코- 잠든다.
천진한 웃음소리가 어두운 공기 속에 잔상처럼 남는다. 고롱고롱 거리는 그들의 숨소리와, 체온에서 흘러나온 따스함이 사방에 번진다. 이 유한한 순간을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은 밤이다.
'지독한 냄새'의 아빠는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