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DIY력

또는 일상력

by 케잌

1. 십수 년간 내가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키워온 스킬은 바로 '월급 받는 능력'이었다.

2. 내가 해온 일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지만 막상 회사를 나와보니 생활에 큰 쓸모가 없는 능력인 것 같기도 하다.

3. 월급 받는 능력치를 연마하는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은 생활을 영위하는 능력이다.

4. 내 삶은 '대도시에 살며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중산층'에 기가 막히게 최적화되어 있다.

5. 그 말인즉슨, 많은 것을 손쉽게 외주를 주어 해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6. 집을 비롯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망가졌을 때 내 손으로는 아무것도 고치지 못한다.

7. 애를 쓴다면 할 수 있는 일들, 예컨대 요리나 청소, 다림질 같은 일들도 남의 손을 빌린다.

8. 결국 나에게 돈을 지불하는 일에만 기를 쓰고 시간을 썼나 싶어서 조금은 씁쓸하다.

9. 요즘 골몰하는 것은 인생의 DIY력을 높이는 것이다.

10.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도, 할 필요도 없지만 일과 일상의 능력치 간에 존재하는 심각한 불균형을 조금 바로 잡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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