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할 수 있는 일

경력 20년 차의 변

by 케잌

1. 지하철에서 사람을 관찰했다.

2.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거나 손에 꼭 쥐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3. 스마트폰이 있기 전엔 지하철에서 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보냈을까? 아니, 스마트폰 없이 지하철을 타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4. 마흔이 내세울 수 있는 경력(?) 중 하나는 바로 ‘스마트폰 없이 지하철을 탄 세월’이 길다는 것이다.

5. 일단, 오래 이동해야 할 때에는 책을 챙겨야 한다.

6. 물론 무릎에 책을 펼쳐 놓은 채 꾸벅꾸벅 조는 일이 다반사라도 뭐 어떤가.

7. 지하철 좌석 위쪽과 출입문 양 옆에 놓인 광고를 모두 훑어보거나, 노선도를 보며 정거장을 순서대로 외워볼 수도 있다.

8. 가끔은 앉은자리에서 노선도의 글씨를 읽을 수 있는지 시력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9.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앉아있는 사람들 중 누가 가장 먼저 일어날 것 같은지 관상을 보기도 하고, 인상착의와 손톱 끝, 소매 끝에 묻은 얼룩을 보며 어떤 길을 거쳐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셜록홈스 같은 추리력을 연마한다.

10. 이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고 한다면, 도대체 지하철에서조차 쓸데가 있어야 할 필요는 또 무엇이냐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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