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치면 죄송한 을의 인생

그렇게까지 매사에 미안할 건 또 뭐야

by 케잌

1. 착한 아이에 모범생으로 자랐고, 돈을 받는 일에 있어서는 을의 입장으로 오래 살았다.

2. 툭 치면 죄송하다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게 나의 일상이었다.

3. 죄송한 마음이 영 거짓은 아니었지만, 매번 아주 진심이라기보단 오랜 시간 몸에 배어버린 태도 같은 것이었다.

4.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룹 세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동작을 따라 하고 있으면 트레이너가 가끔씩 다가와 자세를 교정해준다

5. 그때 불현듯 나한테서 땀 냄새가 난다는 사실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6. 땀냄새가 나서 민망한 것도 아니고 죄송스러울 건 뭐람.

7. 상쾌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누군가를 다짜고짜 밀폐 공간에 가둬놓고 나의 땀냄새를 맡게 한 것도 아니고, 땀이 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땀이 나게 만든 장본인이 본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와중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끼어들다니… 별게 다 미안하다.

8. 미안함 말고,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감정이 있다면 바꿔봐야겠다.

9. 감정도 근육과 같아서 자꾸 쓰는 감정이 커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10. 미안함 대신, 고맙고 기특하고 안타깝고, 그리고 가끔은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을 조금 줄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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