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의 운동, 한 끼니 분량의 밥

식물의 속도로 나아지는 일

by 케잌

1. 날이 쌀쌀해지자 식물의 생장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2. 새 잎이 나지도 않고, 해의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지도 않고, 물을 빨아들이는 속도도 느려져서 그저 가만 멈춰있는 듯 보인다.

3. 하지만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받아들이고, 영양분을 만들어 구석구석 보내는 일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 나가고 있다.

4. 나는 내가 식물처럼 움직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5.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해서 답답할 때가 많다.

6. 도대체 이 자세는 언제쯤 힘이 덜 들까, 레벨업은 언제 되는 거야, 체력이 좋아지는 날이 오긴 할까 싶은 생각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겨울을 나는 식물처럼 아주 느리게, 하지만 확실히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7. 언젠가 고난도 자세가 숨 쉬듯 편안해지기를, 운동 만렙이 되기를, 체력이 남아돌아서 팔도강산을 뛰어다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8. 그저 삼시세끼 밥 먹듯 운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9. 40년간 셀 수 없이 밥을 먹어오면서 ‘아니, 이쯤 먹었으면 이제 그만 먹어도 살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운동도 하루치만큼 매일 꾸준히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10.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지런한 식물의 속도로 몸을 찬찬히 돌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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