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좀 하면 뭐 어때서

누군가를 향해서가 아니라, 그냥 허공에 좀 뱉어 버리자

by 케잌

1. 가끔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욕을 내뱉는다.

2. 혼자 집에 있을 때,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을 때, 사소하게 화가 나는 상황에 그다지 심할 것도 없는 욕을 짧게 중얼거리듯 뱉어 버린다.

3. 욕 나오는 상황은 살면서 여러 번 겪었지만 실제 욕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별로 없고, 그나마 '상황'에 대한 불만이 아닌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한 적은 내 기억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4. 욕을 좋아하지 않아서(혹은 더 바란다면 욕할 만한 일이 없어서) 안 하는 것까진 괜찮지만, 욕을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못하는 건 왠지 싫다.

5. 20대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그야말로 욕 나오는 상황이 천지에 널렸고, 나는 술에 취할 때마다 술기운을 빌려 욕을 해댔던 것 같다.

6. 술이 깨고 나선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지난밤 내뱉었던, 그나마도 별 것 아닌 욕을 후회했다.

7. 말 끝마다 욕을 하고, 일단 큰 소리로 험한 말을 하면 싸움에서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아주 싫어하지만, 가끔 속에서 잔뜩 쌓인 것이 욕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려고 목구멍에서 부글부글 거릴 땐 담아두지 말고 그냥 뱉어버리자고 생각한다.

8. 이러다 이것이 언어습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우선 내 안에서 욕의 형태로 형성된 분노가 있다면 그냥 '푸왁' 내뱉어 내 안에서 제거해 버리자고 말이다.

9. 나는 요즘 내 정신건강을 최우선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그간 나를 억누르고 침묵하게 했던 것들, 나에게 지워졌던 지나친 통제와 강요가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보는 중이다.

10. 욕 한번 하기 위해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한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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