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왜 내가 선택을 해야 하지.. 둘 다 내 건데
1. 길에서 강도를 만난 적이 있다.
2. 내 가방을 노리고 있던 그는 흉기를 들고 있었다.
3. 대낮의 큰길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주말의 이른 아침 거리는 텅 비어있어 도와줄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4. 가방 안의 물건 중에 목숨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는 그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텼다.
5. 결론적으로는 정말 운이 좋게도 가방도 안 뺏기고 다치치도 않은 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6. 지금까지 내내 나는 그날을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고집을 부렸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7. 만약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가방을 내던지고 도망칠 것이다.
8.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의 안위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9. 하지만, 나의 물건도 내 몸도 원래 다 내 것인데 둘 중에 하나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존재 앞에서 언제든 하나를 포기할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게 새삼 씁쓸해졌다.
10. 여전히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내 것은 그 어떤 것도 빼앗기지 않겠다고 버텼던 그때의 무모함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