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았다면 꼬리표 따위는 생각하지 말아
1. 할머니의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2.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이에 대해.
3. 그러다가 또 생각한다.
4. 정말로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게 존재하나에 대한 건 차치하고라도 과연 그것은 더 가치 있고 ‘나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5. 내가 누구이든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건,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 아닌가.
6. 할머니의 사랑은 내가 이러저러한 특별함과 괴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손주여서 내게 주어지는 것이다.
7. 무조건적인 사랑은 나의 개별성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우연’과 ‘관계성’에 대한 사랑에 더 가깝다.
8.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주어졌을 사랑이다.
9. 그래서 ‘덜 가치 있는’ 사랑이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10. 사랑이 조건이 붙었든 안 붙었든, 나여서이든 특별한 관계 때문이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냥 지금 나누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