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간 척 좀 해줘
A중대장은 그 부모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A중대장의 비밀을 알게 된 중대장들은 되려 다시 A중대장의 자랑을 들어주는 고통을 안아야 했다.
막내 B중대장은 A중대장이 좀 만만하게 생각했던 탓인지, 막내 중대장을 이용해 먹기까지 했다.
이를테면,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사진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B중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인 것처럼 B중대장의 SNS 아이디를 태그 해서 소셜 미디어에 자랑하는 것이었다.
“선배님, 이게 무슨 사진입니까?”
“왜, 내 사진 봤냐?”
“사진을 본 걸 떠나서 여자친구분이랑 같이 간 스키장 사진에 왜 제가 태그 되어 있습니까?”
문제의 그 사진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스키장을 뒤로하고 리프트에서 두 사람의 허벅지만 나온 것이었다.
A중대장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자친구의 다리이겠거니 싶은 사진이었다. A중대장의 여자친구는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탄탄한 다리를 가졌는데 얼핏 보면 남자 다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사진 속의 다리도 남자 다리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 길이가 너무 짧아(여자는 키가 작은 편이었다) 긴가민가해지는 것이었다.
“저를 태그 하실 거면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이렇게 말도 없이 태그 하시면 어떡합니까? “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 그냥 이름 좀 빌릴게. 우리 부모님도 보셔서 그래 “
부탁이라도 해도 모자랄 판에 뻔뻔스러운 태도였다.
B중대장에게 죄가 있다면 A중대장보다 늦게 임관한 것, 후배로 이 사람은 같은 부대에서 만난 것, 그리고 A중대장의 비밀을 알아버린 것이다.
졸지에 B중대장은 A중대장의 SNS 속에서 A중대장과 가장 친한 중대장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속된 말로 세상이 좋아져, 소셜 미디어 속에서 계정을 무한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본 계정으로 사용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는 부계정을 만들어 소셜 미디어 속 친구의 친구를 계속해서 양산해 내는 마당에 왜 다른 계정을 만들어 게시물을 올리지 않은 것인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부모의 감시가 너무 심해서 부모와 ‘맞팔로우‘를 하고 있지 않은 계정을 생성하는 게 두려워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여자친구를 자랑하고 싶어서?
A중대장은 그래서 소셜 미디어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이 몇 개 안 되었다.
같이 찍은 얼굴이 나온 사진은 상상도 못 했을뿐더러 대부분 같이 먹은 음식 사진이나 같이 간 장소를 올리는 게 전부였고 운이 좋으면 여자친구의 손이 나오게 사진을 찍은 정도였다.
하나 웃기다 못해 조금 씁쓸한 것은 A중대장의 여자친구가 좀 통통한 여자였는데, A중대장이 여자친구와 함께 찍어 올린 손 사진도 통통하게 나오는 바람에 A중대장의 부모는 아들과 잘 지내는 막내 중대장 이란 녀석이 통통하고 귀여운 손을 가진 남자로 알고 계셨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