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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연 Aug 06. 2021

"개개인의 처방전"

금요일 밤의 내 루틴은 대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와 아이스커피, 그리고 단상노트.

"개개인의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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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면서 제법 많은 사람을 만나는 편이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거래처 또는 협력사와 교류하는 수준보다는 적어도 2배 이상은 만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이런 업무형태가 부쩍 부담스럽긴한데,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업무에 있어서는 코시국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

취재는 늘 밖에서, 현장에서 해야하고 인터뷰 하러 사람을 만나러가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인 저녁자리가 많이 줄었을 뿐이랄까.


이렇게 사람을 많이 만나다보니 그만큼 다양한 사람의 성격을 접하게 된다. 사람의 성격이라하면 천층만층 구만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데, 그만큼 개인별로 삶의 대처방식이랄지 적용하는 해법도 다른 것 같다.


늘 인물들로부터 취재거리를 찾고 하다보니 본의아니게 인물탐구를 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요즘 보는 드라마 한편이 그 경향을 충족시켜주는 편이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시즌2)이다. 스무살에 만나 이제는 마흔줄이 된 다섯명의 의대동기들이, 같은병원 다른과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얘기다. 사람의 생명을 다뤄야하는 묵직한 주제 속에 놓여있지만, 당장은 눈 앞의 음식에 집중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낸다.

하루는 더디게 가지만 세월은 빠르다고 했던가. 이들의 삶도 그렇다.


내가 이드라마에 빠진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성향을 너무나도 날것 그대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5명은 다음과 같다.

직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핵인싸인 이익준(조정석)과 섬세하고 여린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안정원(유연석), 선택적 마마보이이자 핵아싸이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마음과 행동을 여는 양석형(김대명)과 따박따박 맞는말만 하고 냉혈인같지만 알고보면 세상 따뜻한 김준완(정경호) 그리고 다재다능을 넘어 전지전능한 의술의 경지에 오른상태로 순수함까지 겸비한 채송화(전미도).

이 다섯명이 그려내는 에피소드는 인물의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5의 세제곱 이상을 해 놓은 느낌이다.


최근까지 봤던 에피소드 중 유독 내 머리에 박힌 장면이 있다. 그게 이 주제의 글을 쓰기 시작한 궁극적 목적이기도 하다.

양석형과 채송화의 대화 장면이었는데, 송화가 석형에게 이렇게 말한다. "(핵아싸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는)쓸데없는 말도 좀 해." 그러면서 말도안되는 질문이라도 하나씩 덧붙여 보라고 한다. 마음이 편하고 가까운 상대가 있으면 그에게 연습을 하라고 한다.

때마침 걸려오는 한 후배의 전화. 석형은 과에서 돈을 걷어 선물을 사러간다는 그녀에게 질문을 시작한다.

"아 그렇구나. 뭐 살거야?"

(평소에는 이런거 1도 관심없던 그)

"아 뭐 타고갈거야?"

"아 지하철..몇호선 타고 갈거야?"

생각지도 못했던 이장면에서 빵 터졌다.


석형과 비슷한면이 있는 내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는 일로 먹고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지극히 내향적이다. 시야는 내 눈 앞 노트북이 전부고 옆 사람 살아가는 얘기에 오지랖넓게 질문하지 못하고 듣지도 않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겉으로보이는 건 냉혈인의 모습이고 차가워보인단 얘기도 제법 듣는다. 좋아하는 것 또는 사람 앞에선 마음을 숨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내게도 어쩌면 송화의 처방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것들을 물어보고 말하고 그속에서 최소한의 유대감을 쌓는 것.


그리곤 또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인생의 처방전이 있다고. 처방된 약이 잘 들으려면 기초체력도 좋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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