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우리. 그 어딘가에서/ 초록慧

by 초록



그늘을 덮고 있던 나의 얼굴을

슬며시 바라보며 말했지.



날씨가 춥다

따뜻하게 입고-



못내 끄덕이는 그림자에 너는 여린 한숨을 뱉어내고는



겨울이면 자주 얼어붙던 손등 위 바스러질 듯 피어난 나의 살결을

조용히 엄지로 문지르며 말했지.



날씨가 많이 추워

장갑도 꼭 껴야 해, 목도리도 잘 매고-



그러다 훌쩍이며 흔들리는 나의 어깻죽지에 두 팔을 감싸 안았지.



다 풀려버린 목도리를 다시금 고쳐 매주며



너는 겨울을 나는 법을 가르쳐 주고는

홀로 이 계절을 나는 법을 가르쳐 주고는,



영영 떠나려 굳은 채비를 마친 그 열차에 올라타

내게 힘껏 소리쳤던 거야.



사랑아,

이제 울지 마

울지 말아야 해-



너는 이 역을 떠나

끝없는 그곳에 도착하려 내게 소리친 거지.



그래, 그랬던 거야.



그러면 나

이 겨울을 영원히 울어야겠어.



이 겨울이 다 잠기도록 나

영원히 울어야겠어.



혹시 알아

네가 두고 간 게 생각날지도 모르잖아.



혹시 알아,



잠겨 간 세상 힘겹게 떠오른 부표처럼

나 여전히 이곳에 있다고.



나의 비어버린 서랍이 너를 붙잡을지도 모르잖아.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그 어딘가에서> By 초록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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