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초록慧

by 초록



그것을 마주한 어느 여름날의 새벽,



자줏빛 반팔이 다 젖을 만큼 뛰어오르는 심장의 무게를 견디어

나 그 푸르름에 닿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노란 꽃잎들이 눈부셔 그 아찔한 모습에 쉬이 쳐다보지를 못하고 두 손바닥을 눈앞에 가져다 댄 채, 나 손가락 사이로 펼쳐지는 꿈을 몰래 훔쳐보고야 말았다.



너무도 아득하기만 한 꿈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 하나 남은 푸르르던 사랑이었다.



초록을 닮아 움직이는 두 팔과 다리는 기다라니 가볍고 잔뜩 찬란하더니, 그 두 눈을 한번 껌뻑일 때마다 갈라지는 금빛 아지랑이를 나는 똑똑히 보았으며, 그 가녀리고도 무성한 속눈썹의 살랑임을 가만히 지키고 있자니 내 두 다리가 살그미 저려왔다. 심장이 펄떡 뛰어올랐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껌뻑 멎을듯한 달림이었다.



여리고 여린 재채기 한 번에 잔뜩 퍼져버리던 꽃내음이



손부채질 한 번에 소란히 나부끼는 저기 저 안개꽃의 여린 움직임이



이마에서부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살결의 열망 어린 물줄기마저



그것을 향한 뜀박질의 순간마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세상의 이 모든 것들이 그것을 향해있었고,

나 또한 이 세상의 맨 끝에서야 겸허히 그것을 마주했으며,

내게서 등을 진 세상과 그것만을 바라보는 세상에 서러이 울부짖다, 꺼질듯한 촛불의 아우성에 나 불현듯 깨달았다.



그것들은 바로 나의 세상이자 열렬히 소망하던 꿈이었다.



나는 그저 사랑이라 부르고 싶었다.



사랑을 닮은 너와 그런 너를 지독히 사랑하는 세상을,



나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은 내게 빌고 또 빌었던 소망이자, 꿈의 이름을 가르쳐 준 세상이며, 열렬히도 바라던 꿈이었다.



신이 내린 멸망의 순간, 그 푸르르던 커다란 초록을 마주한 듯



그것은 내게 남은 단 하나의 숨이었다.



그토록 아끼고 아끼던,



나의 푸르른 사랑이었다.




<숨> By초록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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