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건 사랑만 하기에 딱 적당한 푸른 별/ 초록慧

by 초록




홀로 남은 내 겨울을 들려줄게



의자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겨울의 방



내 그날의 슬픔을 옭아매었던,



어쩌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의 밝음을 포기한 채

투명하고도 흰 눈꽃을 수없이 밟아대던



겨울, 겨울, 겨울



그건 나의 파아란 겨울.



그 부서져 가던 절벽 끝에 올라섰을 적에



끝없던 오늘을 깊이 잠재울 수 있을 것만 같던 내 마지막 기도를 매달고는



겨울, 겨울, 겨울



지독한 나의 겨울아

이제는 그만 나를 재워 줘



나 이제 울지 않아도 괜찮아



내게 남은 이 사랑마저 죽여도 좋겠어-



한 발을 떼니 그제야 나의 흰 것은 별이 되어 내려왔다.



언제쯤 너는 저 별을 닮아 반짝일까-



흰 것을 잔뜩 움켜쥐고는 뜨겁게 속삭였던 어제의 물음.



약속이라도 한 듯 나의 열렬했던 기도가 저 먼 푸른 하늘에 닿고 나서야 흰 것은 나를 찾아왔다.



고마워



나는 이제 너를 닮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도 좋겠어



우주를 삼켜낼게



외롭지 않은 우주를 삼켜낼게



그럼 네가 남겨진 지구는

어쩌면 조금은 덜 슬픈 별이 될 테니



아마도 그건 사랑만 하기에 딱 적당한



푸른 별이 될 거야



지나치게 외롭지도, 서러이 그립지도 않은



그저 사랑만 해도 정말 괜찮은



어쩌면



어느 별



보다 더 푸르른



그런 찬란한



별이

될 거야-



마지막 한 발을 떼고 나서야 소란했던 계절들이 스쳐 갔다.



내 겨울의 파란은 사실 적당하지 못했어



적당한 사랑을 하고도 그 적당함의 배가되는 파도를 삼켜내는 건 내게는 너무나 지나친 파란이었고,



0과 1의 사이 그 수많은 경계에서 나눈 갈망의 순간들이 내게는



너무나 열렬하고도 처절하기만 했던,



그럼에도 언제나 내게 남은 건 모래 한 줌 정도의 바람뿐.



짙게 젖어만 가는 나무 탁자 위



이름 없는



촛불

생일날의.



발버둥



파란의 발버둥



소리 못한 파란의 여린 발버둥.



너만큼은 부디 사랑만 해도 괜찮은 그런 푸른 별을 살아가길



오롯한 사랑의 푸른 버릇이 되어 기꺼이 여름도 사랑할 수 있는 나의 흰



것이 되길.



다음 해 여름에는 그 푸른 별에 소문이 돌았다



흰 것이 펑 펑 내린다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그건 어느 파란 마녀의 저주인가 어린아이의 순수한 바람인가 이름 모를 벅찬 순애이자 오롯한 소원인가



그럼에도 온전히 마주하면 이건 바로 사랑이구나 싶을



흰 것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저 푸른 별에는 그런 흰 것이 펑펑 내리었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



무더운 여름 속 내리던 흰 것은



이제는 그 누구에게나

익숙해져 버린



그저 작은 소란함을 닮은 한 여름의 흰

소나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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