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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사랑 Aug 03. 2020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with. 최은영 소설 - 미카엘라)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 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p.238,239)


최은영, 쇼코의 미소_<미카엘라>




이 문장을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항암을 막 끝냈을 때였다.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힘내라고 말했다. 나도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겨진 엄마가 곁에 있었으니까. 아빠 없이 밥을 먹는 엄마랑 같이 밥을 먹고, 혼자 세상을 걷는 엄마 손을 잡고 같이 걷는 일. 그것은 충분히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으니까. 이때, 문장의 슬픔은 엄마와 함께 였다.


엄마마저 돌아가시고 이제 이 문장을 오롯이 혼자 짊어진다.

 

엄마가 다니던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래 병원에 오지 않으셔서요.'라는 질문에 '어머니,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사망신고를 하고 며칠 후에 (예상치 못했던) 처리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만큼이나 황망했다. 그날의 문자는 엄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모두에게 증명해 줄 것 같았는데, 아직도 세상엔 엄마의 부재를 모르는 곳이, 모르는 사람이 있다. 엄마 친구들에게, 엄마와 친했던 과일 가게 주인에게, 오래 알고 지낸 동네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엄마의 '없음'을 대답해야 할까?


오늘 같은 날, 문장의 슬픔은 배가 된다.


이런 것이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예고 없이 먼저 간 사람의 '없음'을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전해야 하는, 그런 일들이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만큼이나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홀로 잘 걷던 길에서 결국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한참을 웅크리고 홀로 남겨진 내 삶을 견디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아직 누군가의 기억에 엄마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기도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또 울어버리는 것이다.


엄마, 돌아가셨어요.

소리 내어 말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말할 때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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