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이 주는 가장 큰 행복
청도는 가을이 제철이다. 농부들은 대추와 반시를 수확하고, 반시 축제와 마라톤, 군민 체전까지 곳곳에서 행사가 열린다. 시골에 살면 심심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던 적이 거의 없을 만큼 우리 또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바쁜 탓에 몇 주간 돌보지 못한 배추와 무가 문득 생각났다. 그래서 처음으로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주말농장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사는 읍내에서 농장까지는 자전거로 약 30분 거리. 이렇게 멀리 자전거를 타고 가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걱정도 됐지만, 이 날의 날씨는 환상적이었다. 코끝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고,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우리는 거의 3분마다 “행복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정말이지 가을의 청도는 눈물이 맺힐 만큼 아름다워서, 마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네가 안 사랑하고 배기겠어?” 하고 말을 거는 듯했다.
최근의 우리는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힘듦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우리와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사이의 괴리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연고도 없는 시골에 내려와 사는 모습을 보며, 타인들은 부러움 섞인 말과 함께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경으로 비치는 그런 순간들은 극히 일부일 뿐, 우리 스스로는 알고 있다. 이곳에 사는 게 생각보다 녹록지 않고, 많은 시선 속에 가끔은 숨고 싶을 때도 많다는 것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꽤나 많다.
그렇게 열 번 중 여덟 번은 힘들다가도, 두 번은 눈물 날 만큼 행복하다. 그리고 그 행복한 순간들이 애써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 존재하고, 내가 그것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요즘의 나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 된다.
어느덧 가을의 끝이다.
이 짧은 계절의 행복을 요리조리 누리며 사는 것,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 기록한 사람 | 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