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경희대학교 <주제연구> 수업 (2025, 김은회)
금성과 지유가 처음 청도혁신센터와 인연을 맺은 건 ‘과일도’ 프로젝트를 하던 시기였다. 청도에서 개최되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센터장님과 직원분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존재도 센터에 알려졌다. 둘은 “우리가 계속 청도를 오가는 걸 센터에서도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하며, 이후 업무를 통해 맺어진 가벼운 접점들을 계기로 청도혁신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센터에서의 하루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바쁘고 넓다. 지유는 로컬의 업무 환경을 “스타트업에 가까운 곳”이라고 표현한다. 금성은 전공을 살려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 및 운영사업 회계 업무를 맡고 있고, 지유는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육성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청도의 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프로그램 기획하고 ‘어떻게 하면 청도에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다. 귀촌 희망자들이 지역 생활과 취향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로컬에서의 일은 지역의 관광, 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세계다. “언제는 제안서를 쓰고, 언제는 현장에 나가고. 뭐든 다 잘해야 하는 곳이에요.” 지유는 로컬 커리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보건, 젠더, 환경 등 전문 분야가 깊게 쌓이면 생기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와 달리, 로컬은 매 순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금성과 지유는 청도에서의 생활이 힘들 때마다 “우리 청도 파견 온 거다. 다른 나라 파견도 이렇게 힘들지 않나”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서로를 위로했다. 청도혁신센터 역시 중간 지원 조직이었기에 국제개발협력 분야와 비슷한 비영리 조직의 성격, 그리고 생활 환경이나 사람이 달라지는 등 외지에서 살아가는 낯섦이 닮아 있었다.
두 사람이 청도에서 1년 연장을 결정한 데에는 특별한 확신이 있었다기보다 ‘여기에서의 삶이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금성은 “청도에 내려온 건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도, 청도의 구석구석을 아직 다 보지 못한 아쉬움도 그를 잡아두었다.
지유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저는 애초에 성향 자체가 기대 자체를 잘 하지 않는 편이고 청도 올 때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거든요. 그럼에도 초반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어느 정도 적응하고 몇 개월 살아보니, 힘듦에서 온 보람이 확실히 있어요. 일도 재밌고요. 무엇보다 센터 동료 직원분들이랑 같이 꾸려나갈 앞으로의 사업이 기대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큰 변화예요. 변화를 만들고 기대가 된다는 것. 그 기대가 생긴 것 자체가 나한테는 큰 변화라서, 날 변화시킨 청도가 더 좋아졌어요.”
청도에서의 생활은 어느새 일상의 무게를 넘어 삶의 문장으로 남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브런치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성은 “청도 떠날 때쯤 책으로 묶고 싶다”고 말했다. 지유는 청도의 돌봄 공동체 ‘다로리인’에서 아이들과 소원감 만들기 수업을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많지 않은 동네라서 그런지, 행사에서 아이들을 보면 너무 반갑고 예뻐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로컬살이를 지속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금성은 “버티는 힘”이라고 답했다. “작은 읍에서 살다 보면 마트에 가서도 지인과 마주치는 일이 흔하거든요.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만큼 사생활 보호도 중요해요. 그리고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따라가야 하고, ‘소금빵을 일주일에 한 번 먹어야 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매일 마셔야 된다’ 하는 사람은 로컬살이가 어려울 것 같아요.”
지유 역시 금성의 버티는 힘에 공감하며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원래 가족한테도 의지 안 하는데, 로컬은 사람들한테 의지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잘하기 때문에 그들(정주민)도 잘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이 사람이 궁금하고 진심으로 다가가야지,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마을 사람들도 다 아니까요.” 그는 어릴 때부터 돈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돈은 제가 대학을 사회복지학과로 가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크게 고려를 안 했어요. 돈에 대한 큰 걸 바라지는 않았고, 그냥 저는 적당히 벌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것에 행복을 잘 느낀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걸 가질 필요 없겠다고 느꼈어요.”
적당히 벌고, 작은 행복에 만족할 수 있는 성향이라 로컬살이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그럼에도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선택하는 걸까?’ 그냥 좀 쉬운 길이 많잖아요. 사실 그냥 서울 취직하고 본가에 살고 그러면 저도 돈 많이 모을 수 있겠죠. 그럼 안정적으로 결혼도 언제 하고 집도 언제 하고...” 그러나 그 질문도 결국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앞에서는 자취를 감춘다. 이런 고민은 이제 그에게 중요한 질문이 아니게 되었다.
‘비슷한 길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라는 질문에 금성은 3초 고민하더니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라고 순진무구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결국은 자기 선택이에요. 고민도 중요하지만, 고민 외의 어려움은 항상 생기거든요. 진짜 재미있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고민은 조금 내려놓고 바로 선택해도 될 것 같아요. 차라리 몸을 먼저 담그는 게 빠를 때가 있어요.”
지유는 더욱 명확하다. “저는 남의 말을 잘 안 들어요. 어차피 감당하는 건 나니까요. 결국 답은 다 자기 안에 있어요.” 망설임이 길어지고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하지 않는 게 맞는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성향’이라는 걸 인정하며 한마디 던졌다. “생각만 오래 하면 시간만 가요.”
청도에서의 삶은 두 사람에게 새로운 직장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변화가 많은 업무, 익숙하지 않은 동네, 바쁘고 고된 매일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며 버티고 또 버텼다. 새로 알게 된 청도 또래 친구들, 농부님들, 사장님들과 유대감을 쌓았다. 그렇게 마을에 기대며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재미있어서’, ‘사람이 좋아서’, ‘보람이 있어서’ 머문다는 마음은 선택을 넘어 그들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알아서 선택해야죠!’ 라는 말이 금성과 지유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재미있을 것 같으면 일단 해본다”는 금성과 지유의 대답은 쉽게 들리지만,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려면 용기를 내야 한다.
복숭아는 여름에만 나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반시로 위기를 넘겼던 순간, 24시간 붙어있는 친구와 싸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 주변의 ‘왜 굳이 청도?’라는 질문에 답해야 했던 시간 모두 청도 이야기 안에 있다. 로컬 콘텐츠에서 자주 보는 낭만적인 풍경 뒤에는, 버티는 힘과 관계 맺기, 그리고 ‘자기 안의 답’을 믿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줬다. 청도에서 1년을 더 살기로 한 두 사람. 그들의 브런치에 어떤 청도의 이야기들이 더 쌓일지 기대된다.
☁︎ 기록한 사람 | 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