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김장, 그리고 첫 사계절의 끝

우리가 키운 배추로 담근 첫 김장

by 오늘도 지금처럼

청도에서 처음 맞이한 사계절, 그 마지막을 장식한 건 우리가 키운 배추로 담근 첫 김장이었다. 청도에서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배추 수확부터 양념 버무리기까지의 모든 순간이 또렷하게 남았다.


KakaoTalk_20260106_104053265_06.jpg 2025. 12. 04 / 우리가 키워낸 배추 좀 보세요 !


올해 우리는 주말마다 밭을 일구기 시작해 무더운 여름에는 가지와 오이, 상추가 식탁과 도시락 반찬을 든든히 채워주었다. 추석이 지나 선선해질 무렵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무와 배추를 심었다. 여름만큼 잡초가 기승을 부리지 않는 가을이라 밭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흙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을 배추를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늘 든든했다.


KakaoTalk_20260106_104053265_01.jpg 2025. 09. 07 / 배추 씨앗 심던 날


입동이 지나 우리는 김장을 해보기로 다짐했다. 12월 4일과 5일을 김장 날짜로 정하고, 청도 오일장에 가서 새우젓과 고춧가루, 따뜻한 장갑과 봉투, 디포리까지 한가득 장을 봤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날이 청도 대부분의 집들이 김장을 하는 날이었다.


첫날은 단순했다. 밭에서 직접 수확한 배추를 반으로 갈라 소금에 절이는 일, 그런데 생각보다 배추가 너무 크고 속이 꽉 차 있어서, 자르고 옮기고 쌓아 올리는 동작 하나하나마다 ‘우리가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왔다. 소금물에 차례로 잠겨가는 배추들을 보고 있자니, 여름 내내 흘렸던 땀방울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둘째 날이 본격적인 하이라이트였다. 속에 들어갈 무를 손질하는 사람, 육수를 낼 사람, 절인 배추를 헹구고 말릴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고, 각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우리에게 냄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큰 냄비를 빌리러 마을회관을 찾고, 찹쌀가루를 두 번이나 사 오고, 해가 저물어 깍두기를 과감히 포기하는 선택까지 하게 되었다.


KakaoTalk_20260106_104523481.jpg 25. 12. 05 / 김장의 하이라이트, 배추에 양념 바르기


김장을 마치고 나서도 바로 맛을 볼 여유가 없어서, 며칠을 그냥 지나 보냈다. 그러다 지난 주말, 드디어 동네에서 보쌈을 사 와 김장김치를 처음으로 꺼내 먹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어서 지유랑 동시에 놀랐다. 처음에는 김장김치를 조금 팔아볼까 하는 소박한 상상도 했지만, 한 젓가락씩 먹다 보니 ‘팔기에 아까울 정도 맛있어서 우리끼리 아껴 먹어야겠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합의하게 되었다.


작년 한 해는 도시에서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사계절을, 밭에서 그리고 김장 김치통 앞에서 온몸으로 느끼며 보냈다. 올해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계절을 보낼지, 전혀 다른 모험을 시작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청도에서 맞이할 다음 사계절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2026년도 잘 부탁해!



☁︎ 기록한 사람 | 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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