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로 따는 망고
날이 좋아 학교까지 걸어 보았다. 유난히 푸른 하늘과 좌우로 늘어진 나무 덕분에 소풍 나온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걷다 발견한 망고 나무는 생각보다 컸고 주렁주렁 매달린 망고가 위협적으로 보였다. 바람 부는 날 밑에 지나가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수업 후 택시를 기다리다 마주한 풍경. 사람들이 모여 끝이 갈라진 장대로 망고를 따고 있었다. 마치 가을날 감을 따듯이…. 저 높은데 열린 망고를 어떻게 따나 궁금했었는데 먹기 위해 발휘되는 지혜는 세계 어디나 비슷하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며칠 뒤 회식을 하다 학교 앞에 있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망고나무를 보았다. 혹시 떨어지는 망고를 맞아 머리가 깨질까 봐 슬금슬금 피해서 걸었다. 이 딴딴한 초록색 망고는 별로 달지 않아서 양념된 소금에 찍어 먹거나 샐러드로 만든다. 세상엔 노랗고 빨간 망고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베트남에선 이 초록 망고를 더 많이 먹는다. 달큰하거나 부드럽진 않아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제 나도 이 초록색 망고를 더 즐겨 먹는다.
초록 풀 고수도 좋다. 고수. 이것은 달인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향채의 한 종류다. 향이 어찌나 강한지 먹고 트름하면 그 냄새가 올라온다. 나도 처음엔 고수를 먹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이 하도 싫어하기에 나도 못 먹는 맛인 줄 알았던 것이다. 주문할 땐 무작정 고수를 빼 달라 했고 고수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 외의 향채는 잎을 뜯어 하나하나 향을 맡아 보며 향이 그리 세지 않은 것만 골라 먹었다.
그러다 ‘고수를 먹어야 모기에 안 물린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는 쌀국수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 고수를 잔뜩 썰어 넣은 국을 떠먹으며 느낀 건데 나는 고수가 입에 맞다. 없으면 아쉬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 특유의 향이 입맛을 돋운다.
내가 못 먹는 것도 있다. ‘입까’라고 불리는 향채인데 한국에서는 어성초라고 해서 열을 내리는 약재나 여성 청결제로 사용한다. 살짝 뜯어서 냄새를 맡으면 비릿함에 인상이 팍 찌푸려진다. 베트남 사람 중에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못 먹는 사람도 있다. 베트남은 향채의 고장. 식당에 가면 보통 여러 가지가 섞여 나온다. 라이스페이퍼 위에 올려 다른 것과 같이 싸 먹을 땐 쏙쏙 골라내지만 샐러드에 들어가면 안 먹을 수가 없다. 고르고 골라도 어쩌다 한 두 개씩 입에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비릿함은 입맛을 뚝 떨어뜨린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수가 이럴까 싶다.
그래도 베트남에 와 별걸 다 먹어 보는구나 싶다. 세상에 이토록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