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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Sep 16. 2019

[다낭소리] 뜻밖의 사고


 뜻밖의 사고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와 부딪쳤다. 나는 횡단보도 위, 초록불이었다. 호치민에 내려온 지 일주일 만이었다. 


 베트남에서 가장 적응 안 되는 것이 길 건너기였다. 웬만하면 택시를 이용하고 길을 건너야 할 때면 세월아 네월아 기다린다. 횡단보도에서는 초록불로 바뀐 후에도 좌우를 살핀 후 발걸음을 뗀다.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일이 터졌다. 


 퍽 소리가 나며 몸이 반대로 돌아가고 들고 있던 콜라 캔이 터졌다.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극적인 기분이 들었다. 당황하여 나를 치고 간 오토바이 뒤꽁무니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운전수는 잠깐 멈춰서 뒤를 돌아보더니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아니 뭐 저런 게 다 있어! 화가 난 건 둘째 치고 일단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길을 건너지 못하고 뒷걸음질 쳐서 보도블록으로 올라왔다. 다시 길을 건널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겨우 숙소로 돌아와 마음을 진정시켰다. 오늘의 계획은 취소된 지 오래. 다시 외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놀란 감정이 가라앉자 짜증이 났다. 이 나라에 적응하기 전에 이런 일이 생기니 정이 뚝 떨어졌다. 이런 게 베트남일까? 이게 베트남의 참 모습이라면 나는 여기서 살 수 없을 것 같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생각이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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