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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Sep 16. 2019

[다낭소리] 연이은 사고

 연이은 사고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잠긴 손잡이를 돌리더니 한참을 뭐라 한다. 베트남 특유의 높은 고음과 비음이 섞인 소리. 어둠 속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자 겁이 났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잠자코 누워 있었다. 


 이내 옆 방문이 열리며 왁자지껄한 소음이 난다. 그리고 침묵. 아마 내 방을 친구 방으로 착각하고 친구 부르는 소리였나 보다. 하지만 놀란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낯설다. 이 언어는 너무나도 낯설다. 

 베트남어를 할 때는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만약 한국어가 ‘미, 파’를 기본음으로 한다면 베트남어는 ‘솔’ 음부터 시작한다. 그만큼 높은 소리가 나는데 여기다 갖가지 성조까지 섞이면 그냥 나누는 대화인데도 마치 싸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렇게 한밤중에 높고 빠른 베트남어가 들려오면 무섭기까지 했다. 


 그간 베트남어에 적응하려 날마다 일기를 썼고 수업 시간에도 칭찬을 들었다. 베트남어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며 현지 선생님이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 베트남어가 잘 맞는 언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 번 생기면 마음이 싹 달아난다. 


 긴장된 탓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데…, 기분 좋은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내일 눈 뜨면 반미(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어야지. 콤보로 레몬주스를 선택하고 연유 커피는 교실에 포장해 가야지. …그래도 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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