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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02. 2019

[다낭소리] 1월에 하는 송년회

 1월에 하는 송년회  

 1월 31일에 학과 송년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말에 새해 인사를 돌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송년회라니! 


 베트남에서는 음력설이 있는 2월을 진짜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말은 12월이 아니라 1월이 되는 것이다. 모든 연말 행사가 12월에 모여 있는 한국과 달리 이곳은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가 가장 바쁘다. 낯선 날짜에 하는 연말 행사가 낯설고 신기했다. 그러면서 실감이 났다. 아, 내가 외국에 있긴 하구나!


 당일 오후까지 송년회 식당 주소를 알지 못해서 당황스러웠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물어 봐도 모른다고 했다. 이러다 행사 취소되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이 될 때쯤 어디라고 연락이 왔다. 약속된 7시에 시간 맞춰 가니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젊은 여선생님들 몇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사진 찍으며 놀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삼십 여분. 학과장님을 비롯해 우리 학과 강사들은 다 모였다. 다낭외대 한국어학과는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한국-태국어학과의 부속 기관이다. 한국어 학과 사무실이 별도로 있어 타과 사람들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지난번 스승의 날 행사를 하며 얼굴을 익힌 몇몇 강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나 얼추 사람이 다 모인 것 같은데도 음식이 안 나왔다. 시계는 8시를 향해 가고 다들 배고파하면서도 누구 하나 말 하는 사람이 없다. 옆에 있는 선생님에게 없어 왜 시작을 안 하냐고 물으니 학장님이 안 오셨단다. 아이고 환장할 노릇. 


 기다린 지 한 시간이 넘어갈 무렵 학장님이 도착했고 그때부터 슬슬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샐러드로 시작해 몇 가지 고기나 생선 요리가 나오고 마지막엔 ‘러우’라고 하는 베트남 식 샤부샤부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행사 코스 요리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학장이며 행정실 직원들이 다가와 술을 권했다. 


 어딜 가든 회식 분위기는 비슷한가 보다. 술 먹이려는 자와 피하는 자. 누구는 물을 섞었고 서른 넘은 선생님 한 분은 술잔에 콜라를 채워 넣고 약주라고 빡빡 우겼다. 우리 테이블엔 연륜 있는 강성의 선생님들이 있었다. 덕분에 나도 술 한 잔 안마시고 놀 수 있었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경품도 받았다. 귀가도 일찍 했다. 10시. 


 다음날 학교에 가니 몇몇 선생님들이 어제 11시까지 남아 노래 불렀다며 피곤해했다. 오늘 수업도 있는데 왜 일찍 안 들어갔냐고 하니 못 가게 했단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나를 태워주겠다는 선생님이 있어 급히 나오는 바람에 다른 선생님들 집에 가는 모습을 확인 못 했는데 그랬을 줄이야. 집에 갈 때 남자 직원들이 좀 더 있다 가라고 붙잡긴 했지만 우리 테이블 선생님들은 몇 번 실랑이한 뒤 다들 귀가했다. 남들은 다 보내주고 만만한 젊은 여선생님들만 집에 못 가게 한 게 어이없었다. 


 나쁜 문화는 왜 어디든 비슷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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