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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02. 2019

[다낭소리] 베트남의 설 풍경

 베트남의 설 풍경    

 ‘뗏’이라고 하는 베트남 설날이 다가왔다. 베트남에서는 이 음력설이 가장 큰 명절이다. 정부 발표로 열흘 가량의 공식적인 휴일이 생기고 기관 재량에 따라 2주에서 4주까지 쉬기도 한다. 추석에 쉬지 않는 대신 설에 몰아서 쉬는 것이다. 


 추석에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가정에서 복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마을 주민들끼리 돈을 모으거나 큰 가게에서 대표로 사자춤 추는 사람들을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추석 며칠 전부터는 공연 소리로 거리 곳곳이 소란하다. 명절 선물로 월병을 주고받는데 현지인들 말로는 포장지 안에 뇌물을 넣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교적 조용히 지나가는 추석에 비해 설날에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기차표는 일찌감치 매진되고 휴일이 다가올수록 푯값이 오른다.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 땅덩어리가 넓어 고향에 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명절에 모이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의 경우 1년에 딱 두 번, 긴 여름 방학과 명절에만 고향에 가는 경우가 많다. 여름 방학에는 아르바이트하느라 바쁘기도 하니 설에는 꼭 고향에 가려고 한다. 때문에 수업을 빼고 미리 고향에 올라가기도 하고 설 연휴가 끝나고 한참 뒤에 내려오기도 한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출석 체크를 자율적으로 하는 편이다. 


 명절 전 주에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설 풍경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전통 문화 외에도 ‘명절 증후군’이나 ‘명절 잔소리’에 대해 설명하자 베트남도 그렇다며 공감한다. 예시로 대화 지문을 몇 개 만들어 갔는데 베트남 어른들도 똑같이 말한다며 신기해했다. 북적이는 인천공항 사진을 보여 주자 깜짝 놀란다. 요새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자 베트남에도 그런 사람들이 점차 많아진다고 한다. 물어 보니 이번 설에 고향에 가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가겠다거나 하는 학생들이 몇 있었다. 


 설이 다가오니 학교 선생님들이 내게 미리 먹을 것을 쟁여 놓으라고 야단이다. 연휴에 문을 닫는 식당과 가게가 많기 때문이다. 다낭의 경우 관광객 때문에 문을 여는 곳도 많지만 명절이라고 해서 서비스 요금을 20%, 30%씩 부과한단다. 그런 식당이야 원체 가지도 않았고 아무리 설이라 해도 열흘 내내 대형마트 문을 닫지는 않을 것 같아 큰 걱정은 안 되었다. 그래도 분위기에 휩쓸려 이것저것 식량을 구비해두었다. 


 설에 한 달 동안 쉬는 학교도 있다는데 우리 학교는 2주를 쉰다. 하노이와 다낭이 다르고 또 다낭 안에서도 학교마다 차이나는 게 신기하다. 학생들은 그게 불만인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감지덕지. 이렇게 긴 휴가는 듣도 보도 못해봤다. 이번 설에는 먹을 걸 잔뜩 쌓아 놓고 밖에 나가지 않을 테다. 매일 늦잠 자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도 실컷 봐야지! 


 나는 혼자 고요히 보낼 날들이 너무나도 기대 되는데 동료들이며 학생들은 내가 걱정되나 보다. 괜찮대도 자꾸만 외롭지 않겠냐고 물어 본다. 다낭이 고향인 선생님들은 집에 놀러 오라는 말씀을 하셨고, 제사가 끝나면 밖에서 커피 마시자는 말도 건네었다. 챙겨 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외롭지가 않다. 


설을 앞두고 열린 꽃시장
매화
노란 국화
중국 귤(사탕귤)나무. 새해가 다가오자 집주인이 1층에 놓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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