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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5. 2019

[다낭소리] 나의 실수

 나의 실수

 학기 초에는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하기가 망설여졌다. 그간 집에 온 베트남 사람들이 하나같이 집값을 물어 봤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이고 외국인이고 주거비를 지원 받는 봉사단원이니 알려줘도 괜찮을 테지만 혹시라도 아이들이 격차를 느낄까 싶어 사실대로 말하는 게 꺼려졌다. 하지만 같이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학생들은 우리 집을 궁금해 했고 나도 아이들과 함께 편히 활동하고 싶어 집을 공개했다. 그러고 나자 같이 김밥도 말고 아르바이트 간다는 학생에게 한국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여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자취하는 학생들이 놀러 오면 괜히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진다. 오늘은 같이 자취하는 학생들이 놀러 왔다. 고향이 북쪽이라 방학이나 명절이 아니면 멀어서 가지 못한다. 친정 엄마의 마음이 들어 뭘 좀 주려니 한사코 사양한다. 억지로 쥐어주니 한 아이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부끄러워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당황한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아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나는 혼자 사니 뭐든 많이는 필요 없고 한국 친구들이 와도 이렇게 싸 준다고, 없으면 못 주는데 이번에 타이밍 좋게 잘 놀러 온 거고 안 가져가면 다른 사람 줄 테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안심한 표정을 했다.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싸 주고 난 뒤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부끄럽다고 말하던 학생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부끄러워서 이불을 걷어찼다. 왜 예민한 여대생의 마음을 읽지 못했을까…. 그의 기분이나 자존심을 헤아리지 않고 무턱대고 품에 안기는 것은 교만일 수 있다. 오늘은 주려는 마음이 지나쳐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 했다. 나는 상처받아도 학생들에게는 절대 상처 주고 싶지 않았는데…. 뭔가를 줄 때는 받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야 함을 되새겼다. 뼈아픈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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